안전불감증이 타워크레인 사고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 합정역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2개가 무너져 2명이 숨지는 등 지난달에만 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근로자와 전문가들은 "장비의 노후화와 안전감독 소홀이 불러일으킨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31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2005년부터 현재까지 타워크레인 사고는 총 83건으로 5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16건의 사고로 15명이 사망했으며 올해는 그 수가 줄어 8건에 머물렀지만 지난달에만 4건이 발생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파악된 타워크레인 장비는 3,500여 대로, 이 가운데 1,800여 대가 공사 현장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사고 원인으로는 안전감독 등 관리 소홀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한 후 30일 이내에 검사를 받고 그 외에는 2년에 한 번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번 검사를 마치면 2년 동안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마저도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크레인 기사들의 주장이다. 한 크레인 기사는 "장비가 안전한가가 아니라 잘 가동이 되는지에 대한 검사일 뿐이다. 눈으로 휙 보고 지나가는 식이다"라고 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 간 덤핑경쟁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해양부에서 고시한 건설장비 표준 임대료는 월 1,200만원. 하지만 건설경기 부진으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으로 현재 550만원 정도에 크레인이 임대되고 있다. 특히 민간 공사에는 표준 임대료가 강제 요건도 아니다. 인건비 300만원 정도를 제하면 장비의 관리와 노후 장비 교체 등에 투입될 예산이 없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크레인 설치 방식도 문제다. 공사 중인 건물에 붙여서 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50여기의 크레인이 한꺼번에 강풍에 넘어진 뒤 권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크레인의 운행 범위가 좁아진다는 단점 때문에 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한 크레인 기사는 "건물에 붙여 올리면 아파트를 기준으로 2동(棟) 정도를 작업할 수 있는데, 독립적으로 세울 경우 두 배는 더 넓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크레인 운전 기사와 작업 신호수 간 불협화음도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크레인 작업은 기사와 지상에서 무선으로 작업 내용을 주고 받는 신호수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줄거리작업자교육을 이수한 전문 신호수가 턱없이 부족해 현장 인부가 그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발생한 170여건의 사고 중 신호수의 잘못된 신호로 인한 것이 69건에 달한다.
이수종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자동차도 잘만 관리하면 수 십 년 탈 수 있듯이 타워크레인 역시 제대로 된 관리와 안전검사를 한다면 노후 문제와 상관 없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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