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석(49) C&그룹 회장의 기소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의 수사가 중대한 갈림길을 맞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1년 4개월 만에 의욕적으로 시작한 이번 수사가 임 회장 개인의 금융비리로 끝날지, 정ㆍ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C& 게이트'로 비화할지가 이번 주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중수부는 30일 임 회장의 구속기간을 11월 10일까지 열흘 연장했다. 하지만 기소 전 관련서류를 작성하고 증거를 정리하는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수사는 이번 주말까지는 대부분 마무리돼야 한다. 수사 기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뜻이다.
검찰은 배임, 횡령 등 임 회장 개인의 유죄 입증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권력형 비리 의혹이다.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규명할 수 있느냐가 이번 수사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그것은 중수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관건은 임 회장의 굳게 닫힌 입을 열게 할 수 있느냐다. 임 회장은 현재 계열사 간의 부당거래 혐의는 "그룹 구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영적 판단이었다"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으나, 횡령이나 금품로비 의혹은 철저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1일 C&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 회장을 체포할 때 횡령혐의를 포함해 영장을 받았으나, 이틀 뒤 영장실질심사에선 배임과 사기 혐의만 내세웠다. 검찰은 범죄 정황이 짙은 만큼 횡령액 규모 등으로 임 회장을 압박하면 로비의혹 등에 대한 진술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임 회장이 예상 외로 강경하게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주 임 회장의 입을 열게 할 압박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C&그룹 전ㆍ현직 임원 외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등 말단직원까지 대거 소환하고, 친인척이나 동향 선후배 명의로 된 위장계열사에 대해서도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이 입을 열지 않자 검찰은 지난 27일 C&중공업과 광양예선을 추가로 압수수색해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C&그룹이 특혜대출을 위해 금융권 및 금융감독당국 관계자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에 대한 입증이 이뤄진다면 수사가 정치인 로비의혹 규명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임 회장의 변호인인 안식 변호사는 "아마 정ㆍ관계 로비로 나갈지 아니면 배임 등 임 회장 개인비리로 갈지 이번 주에 어느 정도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로비의혹까지 나아갈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우리 일정대로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고 여유를 보였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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