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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폭탄 소포'에 美 유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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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폭탄 소포'에 美 유럽 비상

입력
2010.10.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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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서 미국으로 발송된 항공화물에서 알 카에다의 수법으로 보이는 폭발물 소포가 29일(현지시간) 잇따라 발견돼 미국과 유럽 등지에 또 다시 테러 비상이 걸렸다. 특히 폭발물 소포가 민간 여객기에 의해 운송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각국 정부는 즉각 항공화물에 대한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미 대 테러 당국은 폭발물 운송 시도가 더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영국 경찰과 정보국은 29일 이스트미들랜즈 공항에 중간 기착한 국제화물운송업체 UPS 화물기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프린터 카트리지로 가장한 이 물건에는 작은 회로기판과 전선들이 장치돼 있었으며, 흰색 가루도 묻어 있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항에서도 미국 행 항공기 화물 속에 프린터 카트리지로 위장한 폭발물이 발견됐다. CNN은 “특히 두바이에서 발견된 소포는 2대의 카타르 항공 여객기에 실려 운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칫 공중 폭발했을 경우 초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발송된 두 소포는 미국 시카고 유대교 교회 두 곳이 목적지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비행 중인 비행기를 폭파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두바이 등에서는 모두 이 사건의 배후로 아라비아반도 알 카에다(AQAP)를 지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수사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폭발장치는 전문가가 만든 것”이라며 “장치 안의 물질은 지난해 성탄절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폭파미수 사건에서 이용된 고성능 폭발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라고 보도했다. 존 브레난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31일 “이번에 발각된 폭발물의 제작자는 성탄절 테러 미수 때와 동일 인물이다”고 밝혔다.

예멘 당국은 화물 배송회사에 남겨진 발송인 전화번호를 추적해 20대 여대생 1명과 그의 어머니를 체포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그러나 용의자와 AQAP의 관련성 여부와 범행 동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용의자의 변호사인 압델 라흐만 부르만은 로이터에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자기 신분증 사진과 전화번호를 남겼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그가 희생양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 주요국가는 즉각 항공 보안검색 강화에 나섰다. 영국 내무부는 30일 소유자가 동반하지 않은 예멘발 항공화물 반입을 금지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예멘에서 들어오는 항공화물 운송을 중단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9ㆍ11테러 이후 지금도 미국행 화물 컨테이너 1,450만대 중 1%만이 사전 검사가 이뤄진다며 “즉시 화물기 및 모든 공항에 보안검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30일 예멘에서 수화물을 실은 뒤 미국으로 향하던 에미리트항공 여객기는 미국 전투기의 이례적인 호위 속에 뉴욕 J.F.케네디 공항에 착륙한 뒤 화물과 승객 수하물에 대한 보안검색이 진행됐다.

한편 일각에선 이 사건이 실제 테러시도가 아닌 보안 검색을 강화하기 위한 시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온라인매체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CSM)는 “테러 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시험 연습인가”라며 의혹을 제기했으며 영국 텔레그래프도 “유대인 교회를 폭파시키려고 굳이 외국에서 폭발물 소포를 보낸 것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CSM은 특히 “소포들은 폭발 실험 결과 폭파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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