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詩)의 날'이다. 11월 1일이 시의 날이 된 것은 육당 최남선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인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시의 날은 1986년에 만들어졌다. 벌써 24주년이다. 집집마다 국기를 다는 국가기념일도 아니고, 시인의 가슴에 꽃을 달아 축하해주는 날도 아니지만 시의 날은 시인들에겐 자못 가슴이 뛰는 날이다.
시의 날이 있는 나라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다. 2만여 명의 시인들이 시를 쓰고, 100만부 이상이 팔리는 시집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김달진문학제에서 만난 일본의 시인 야기추에이 씨는 일본에는 하이쿠가 아닌 시를 쓰는 시인이 5,000명 정도라고 했다.
얼마 전 문학평론가 정과리 형에게 들은 이야긴데 스웨덴에는 시인이 100권 정도의 시집을 내는데 300권이 팔리면 자신이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자랑한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시인의 날이기에 시의 날 노래도 있다. 1987년 11월 1일 한국일보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시인만세' 행사장 한 구석에서 젊은 시인이었던 나도 앉아 그 노래를 들었다.
김남조 시, 장일남 곡이었다. '시인이여 영원하라'라는 구절에선 가슴이 뛰었고 '시인 만세'라는 마지막 구절에선 눈물이 나도록 행복했다. 오늘은 시인의 날, 대한민국 시인들에게 축복을!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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