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동안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아일랜드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진국 진입과 선진국 진입 전략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중진국 진입은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열심히' 노력만 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은 남들과 '다르게' 차별화해야 한다. 수출 제조 중심의 국가 전략에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사회제도의 진화는 가치관의 충돌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에, 인문 사회 분야에 한국의 미래를 묻고 싶다.
갈등 극복이 선진국 도약 핵심
선진 경제에서는 제조보다 서비스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제조업 수출과 서비스 경쟁은 완전히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데는 갈등요소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나 융합 서비스 산업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익집단 간의 충돌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국가가 이런 집단 간의 이해 갈등을 극복할 역량이 없으면 융합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불가능하다. 통신, 방송, 의료, 교육, 정부2.0 개방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보다는 제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기술이 번 것을 제도가 까먹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진국 진입까지는 기술에 비하여 제도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제도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도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변화의 방향은 무엇일까.
이제는 군대식 갑을문화에서 창조적 협력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문화에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성실함이 소중한 사회에서 창조성이 더욱 소중해지는 사회로, 지원과 보호의 가치관에서 자율과 경쟁의 가치관으로, 사전통제의 규제정책에서 사후평가의 자율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도 타율적 반복지도에서 자율적 창조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패의 가치관에서 필승의 가치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패를 없애려는 관리자 정신에서 필승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으로 시대정신이 변화해야 한다. 실패는 나쁜 것이 아니라 혁신의 씨앗이라는 생각으로, '실패에 대한 지원'을 정착시킬 때 기업가 정신이 창달 될 수 있다. 새로운 제도 전환의 패러다임은 한마디로 '개방국가 전략'으로 압축시킬 수 있다.
한국의 정체성은 열린 무역국가인가, 아니면 닫힌 농업국가인가? 지금까지 통념은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고 닫힌 농업국가라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은 그 반대로 지금의 대한민국과 같은 개방 무역국가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한국인의 에너지는 워낙 강하다. 한 번 열리면 세계로 무섭게 뻗어 나간다. 반면 닫으면 내부에서 강한 에너지가 서로 충돌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까지 개방 무역의 시대에 한국은 세계 10위권 내의 국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반해 닫힌 조선에서 한국은 움츠러들었다.
이렇게 볼 때 이제 선진국 진입의 키워드는 개방의 확산이라고 단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는 몽골리언 국가들과의 네트워크가 바로 국가 개방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은가. 때문에 몽골리언 인문학 연구는 국가의 핵심적인 전략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가치관 조화ㆍ융합 절실
과거 한국의 성장 주역들은 서독파견 광부와 간호사, 월남 파병 군인으로 시작하여 여공, 기능공, 상사맨, 공학도들로 이어져 왔다. 이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새로운 인적 자원이 요구된다. 이들이 바로 가치관의 충돌을 조화시켜 제도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인문사회 그룹이다. 일류국가로 가는 개방의 가치관에 바탕을 둔 열린 인문학이 절실하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사회통합을 이끌어 낼 다양한 가치관의 융합에 있지 않겠는가. 인문학도들에게 한국의 미래를 묻는다.
이민화 기업호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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