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예멘발 항공테러 기도 사건이 선거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의 승리가 기정사실처럼 된 와중에 불거진 이번 사건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러가 선거에 변수가 된 예는 많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2년 중간선거에서 한해 해 터진 9ㆍ11 테러의 여파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현직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경우는 과거 100년 간 딱 두번 뿐이었는데, 그 때가 그 중의 하나였다. 당시 공화당은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이 대공황 와중에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처음으로 상원과 하원에서 의석을 추가했다.
2004년 대선에서도 테러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투표 사흘 전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비디오가 공개되자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던 선거 정국은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근소한 차이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결정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빈 라덴의 테이프가 승자를 바꿔놓았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 기도 사건이 터지자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것을 두고 테러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선거 막판에 테러 사건을 이용하려 한다”며 “부시 대통령이 테러 위협을 2006년 중간선거 직전 활용하려 했다는 논쟁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기도 사건이 선거결과를 뒤바꿀 만큼의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은 경제문제가 압도적이었고, 테러 위협 등 안보에 관심을 보인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더욱이 테러에 대한 대처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낫다는 인식이 많아 민주당에 유리하게 국면이 바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워싱턴포스트는 “11ㆍ2 총선의 핵심 의제는 경제”라며 “폭발물은 하루 동안은 초점이 될 수 있겠지만 선거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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