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유치찬란한 꽃미남 청춘물인 줄 알았다. 아이돌 스타가 배우한다니, 또인가 싶었다. 남장여인네 이야기 그만하자 성토했다. 영화 보기도 바쁜데 뭘.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재방송하는 드라마를 보았다. 평론가의 직감으로, 뭐가 달랐다. 대사가 달랐고, 포스가 있었다. 혹시나 싶어 다시보기를 했다가, 그걸로 끝이었다. 1박2일 동안 3 시간 자고, 전회(全回)를 다 보았다. 무슨 드라마냐고? 바로 '성스폐인'이라 일컬어지는 드라마 팬덤십, 그 대열에, 필자도 동참하게 된 것이다.
KBS 월화 드라마 에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종다기한 매력이 있다. 이 드라마는 조선판 서울대학, 성균관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사랑, 벗어날 수 없는 정치적 현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청춘의 성장담이 곁들여진다. 여기에는 '추리 소설, 무협지, 로맨틱 코미디, 정치 풍자극, 성장 드라마, 여성주의'의 다중성이 함께 한다.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발산하는 흡인력의 기폭제는 김태희 작가(그녀는 배우 김태희도 예능 작가 김태희도 아닌, 을 거쳐 데뷔한 드라마 작가 김태희다)의 손에서 빚어 나온 발군의 캐릭터와 대사들에 있다. 주인공 4인방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스스로를 속이고 사는 입체적인 안과 밖을 가지고 있고, 내면 심리에 생동감이 넘친다.
게다가 성균관의 가장 높다란 나무에서 세상을 굽어보는 주인공처럼 이들의 싸움, 이들의 성장, 이들의 연애담은 모두 사회적인 정치적인 관점과 맞물려 있다. 예를 들면 "제 아무리 백성의 고통을 가슴 아프게 여긴다 해도, 그 문제를 해결 해 줄 능력이 없다면 그 관원은 유죄"라는 스승 정약용의 말. "작은 도적 뒤에는 큰 도적이 있는데 나는 유생들에게 큰 도적을 찾게 하고 싶다"는 정조의 엄명. 모두가 현실 정치의 틀 안에서 되새김질할수록 무엇이 '정의'인지를 고민하는 시류의 모습과 겹쳐진다.
이외에도 의 바깥에는 다시 보기가 순간 순간 가능한 초고속의 인터넷 시대에 과연 공영방송의 시청률이 아직도 의미 있는가 하는 문제. 남성 관객들은 극장에서 스릴러물을 찾는 이때, 여성들이 남장여인의 연애담에 심취하는 이유와 욕구 등 드라마 외적인 요소에도 관심을 지니게 된다.
무엇보다도 평론가로서 필자는 트윗을 통해 성스(성균관 스캔들의 약칭) 팬들과 의견을 나누고 텍스트를 재해석하며 팬덤십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즉 비평가가 행하는 전통적인 역할, 예술 영화의 소개와 안내도 좋지만, 지금 이 땅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고 즐겨 보면서 심도를 겸비한 텍스트가 있다면, 그것이 영화든 드라마든 매체의 경계를 넘어 비평의 소재를 찾고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텍스트의 퍼즐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명감. 즉 트윗이라는 매체의 위력에 접하면서, 평론가의 변화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해 영감을 느낀 사건이었다.
아무튼 그 모든 것을 떠나 성스와 함께 한 날들은 즐거웠다. 이 드라마를 늦게 알게 되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1주일 내내 월요일 해바라기를 했을 일이다. 이제 은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기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배우들의 연기에 놀라면서, 한 회 한 회가 아쉽기만 하다. 김태희 작가의 혜성 같은 등장과 함께 올해의 놀라운 드라마 . 일명 성스의 성스러운 대사가 당분간 귓전을 맴돌 것이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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