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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을 위한 변론' 신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종교의 참의미'를 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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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을 위한 변론' 신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종교의 참의미'를 설파

입력
2010.10.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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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 지음ㆍ정준형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572쪽ㆍ2만2,000원

‘예수 천국, 불신 지옥’ vs ‘신은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속되는 종교와 과학 간의 논쟁이나, 최근 일부 기독교인들의 ‘땅밟기 기도’ 행태에 ‘개독교’라고 쏟아지는 비난 공세를 보며 답답해하는 이들의 심정은 비슷할 듯하다.

카렌 암스트롱이 쓴 은 그 목소리 큰 양 진영 바깥에 놓인, 더 장구하고 심오한 종교의 세계를 보여주려 하는 책이다. 그곳에서 보자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나, 그것을 비판하며 종교폐기론을 외치는 신(新) 무신론자는 동전의 양면, 서로 어르렁 거리는 쌍생아일 뿐이다. 문자적이고 배타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종교에 대한 ‘유치하고 천박한’ 이해라는 점에서.

저자는 17세에 수녀가 됐다가 7년 뒤 환속해 영문학을 전공했고 BBC의 종교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세계 각 종교를 만난 후 세계적 종교비평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 그는 이 책에서 기독교의 전 역사를 아우르는 장대한 스케일로 시대별 종교관을 추적하면서 종교 이해가 어떻게 왜곡돼 왔는지를 추적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에게 애초 종교란 “자기 존재의 심오한 차원과 일치하는 삶의 초월적 측면”이었으며 “우리 마음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도록 가르치는 실천적 수련”(23쪽)이었다.

그리스인들에게 그것은 뮈토스(mythosㆍ신비)였다. 인간 경험의 절반을 차지하던 뮈토스의 영역은 그러나 로고스(logosㆍ이성)에 의해 파괴됐고, 종교생활도 교리 중심이 되면서 정작 초월적 영성을 만나거나 자신의 영혼을 가꾸는 법은 잃어버리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믿음’은 원래 그리스어로 ‘피스티스(pistis)’인데 신뢰, 충실함, 약속, 헌신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특정한 삶에 대한 헌신’의 뜻을 가졌던 이 말은 근대에 들어 ‘어떤 견해에 대한 지적인 동의’로 변했다는 것이다. 수행이나 실천과 동반됐던 종교적 초월성이 지적인 이해의 문제로 변질되면서, 문자 그대로의 종교를 믿는 근본주의와 그것을 반박하는 무신론이 대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를 쓴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는 이 책을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참된 신과의 아름다운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을 일깨워주는 안내서로서, 가히 대작”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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