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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박건호 시인을 기억하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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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박건호 시인을 기억하고 있는지요

입력
2010.10.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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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란 가사로 시작되는 '잊혀진 계절'을 흥얼거리게 된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기억할 일도, 추억한 일도 없지만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헤어진 사람이라도 있는 듯 열창을 하게 된다. 그것이 노래의 힘이다.

언젠가 개그맨 전유성 형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가수는 노래 3곡만 히트하면 평생 성공한 가수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10월 31일이면 무조건 방송이 될 수밖에 없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같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렇다.

10월이 달력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노래는 10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방송에서 불려지고 노래방에서 불려지는 전 국민의 노래가 되었다. 우리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특히 마음을 짠하게 울리고 가는 그 가사에 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분은 시인 박건호(1949~2007) 선생이다.

선생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사가였지만 본인은 언제나 '작사가보다 시인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10여 권의 서정시집을 남기기도 했고, 해마다 후배 시인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다. 가수만 대접받고 아름다운 노랫말을 남긴 사람은 기억되지 않는 시월의 마지막 밤이 씁쓸하다. 내일은 박건호 시인이 노랫말을 쓴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선생을 추억하며 그 노래를 목청껏 불러보고 싶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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