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긴축에 나선 ‘유럽연합(EU) 빅3’ 정상들이 자국을 넘어 EU무대에서 긴축을 부르짖고 있다. 이들은 EU집행위원회가 5.9% 증액된 2011년도 예산안을 내놓자 이를 저지하겠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대신 빚을 갚아줘야 할 문제국들 제재를 위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 개정이 논의되는 등 유럽은 온통 어수선하다.
“EU 예산 5.9% 증액 절대 안돼”
EU예산은 이번 회의 의제가 아니었으나 뜨거운 논쟁을 불렀다. 영ㆍ프ㆍ독 정상은 “회원국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증액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선봉에는 최근 2차대전 이후 최대규모 긴축 처방을 내놓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섰다. 캐머런 총리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11개국 정상들과 함께 헤르만 반 롬파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EU위원회가 내놓은 5.9%의 예산 인상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당초 영국은 동결을 주장했으나 EU이사회가 합의한 2.9% 이하 인상안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이에 예지 부제크 유럽의회 의장은 “5.9%에 반대하면 유럽 통일 반대자”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캐머런 총리는 “영국 예산을 깎은 나는 반정부주의자인가”라고 되받아 쳤다. 유럽의회의 안대로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영국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5억유로에 달한다.
리스본 조약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28일 개막한 EU 정상회의 첫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회원국에 엄격한 제재를 가해 그리스 위기로 촉발된 유로존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회원국들을 설득했다. EU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3% 이내, 정부부채 60% 이내를 권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할 경우 재무적 제재뿐 아니라 이사회 투표권 제한 등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5월 재정위기로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금융안정기구(EFSF)를 뛰어넘는 항구적 방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AFP 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27개국 회원국을 압박해 리스본 조약의 제한적 개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EU의 미니헌법이라 불리는 리스본 조약 개정 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불가피해 향후 혼란이 예상된다. 조약 비준동의를 위한 국민투표가 2차례나 실시된 아일랜드 등 일부 회원국의 처리 지연으로 리스본 조약은 논의부터 발효까지 8년이나 걸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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