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의 연내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한미 FTA 실무협상이 탄력을 받고 있으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워싱턴 정계와 미 여론의 분위기만 보면 한미 FTA 조기 비준 가능성은 비관적이라는 표현에 더 가깝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일자리 문제가 거의 유일한 화두이다. 그 일자리를 없앤 ‘주범’이 ‘자유무역’ 이라는 게 미국민의 정서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 내부에서는 “한미 FTA 협의에 만족할 만한 내용을 담지 못해 노조나 의회의 반발을 부른다면 아예 한미 FTA를 접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자무역에 대한 미 정치권과 유권자의 인식이 나빠진 데는 중국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1년 미국으로부터 항구적 최혜국대우(PNTR) 지위를 받은 이후 중국산 제품이 대거 미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었다.
25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연구소 세미나에서 “협의중인 한미 FTA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협정”이라고 하는 등 최근 몇 차례 한미 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FTA 비준 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의 일부 의원들과 백악관에서 캠벨 차관보의 발언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경고’를 줬다는 후문이다. 미 정치권이 한미 FTA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 내 상황이 어렵다 보니 한국이 미국의 명분을 세우는 방향으로 FTA 협상을 주도해 주기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
진행중인 실무협상은 지극히 초보단계이고 양측 입장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협상이 진전을 이루려면 미 정치권과 여론을 달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이 협상에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는 자동차와 쇠고기 중 보다 경쟁력 있고 산업적 피해가 덜한 자동차 시장을 개방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한미 FTA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변질될 징후가 농후하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FTA를 과학적, 경제적 분석 보다는 정치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여론을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중간선거에서 자유무역에 보다 우호적인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협상에 숨통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민주, 공화 모두 내부적으로 FTA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중간선거 결과가 한미 FTA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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