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2010 추계 서울패션위크가 28일 막을 내렸다. 1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선 7일간 39명의 국내 디자이너들이 60여개의 패션쇼를 펼쳐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패션쇼를 통해 본 남성복 디자인의 특징은 여성 감각의 터치가 더해진 점이다. 여성복 못지 않게 장식이 섬세해졌고, 여성복에 주로 사용되는 가방과 벨트와 같은 액세서리가 등장했다.
여성복은 흰색과 같은 자연스러운 색이 주를 이룬 가운데 드레이핑(입체재단) 장식이 많은 미니 드레스와 통이 넓은 바지가 단연 인기였다. 서울패션위크 참가 대표 디자이너인 두리정, 홍은정, 지춘희 디자이너의 패션 트렌드를 눈 여겨 보자.
두리정, 어깨가 드러나는 흰색 드레스
브랜드 'Doo.Ri'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두리정은 이번 패션쇼의 콘셉트를 사진작가 파올로 로베르시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과거와 현재의 조화'로 소개했다. 그의 사진은 과거의 것이지만 여전히 현대적으로 느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디자이너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대표 디자이너인 마담 비오네, 마담 그레스의 사선, 입체재단과 같은 과거의 기술을 현재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가 선보인 대표 제품은 크링클 소재(소재 자체에 주름이 들어간 옷감)로 만든 어깨가 드러나는 흰색 드레스다. 그는 "어깨와 그 주변에 저지소재(가볍고 신축성 있는 옷감)를 사용하고 드레이핑을 통해 많은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봄여름 컬렉션에 주로 사용한 색은 흰색이며 이는 내년 뉴욕 패션시장에서도 주요 색상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올 가을 겨울 패션으로는 몸에 잘 맞는 코트와 부츠를 입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뉴욕에는 이번 겨울 퍼(fur)소재 코트와 부츠, 두꺼운 스카프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정, 그리스 여신과 같은 드레스
홍은정은 2008년 영국 신인 디자이너 발굴행사 패션 프린지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한 이래 런던에서만 5번의 패션쇼를 열며 영국, 미국 등 7개국에 진출한 인물. 그가 내놓은 스타일은 '빈티지 드레이핑'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쉽게 말하면 그리스 여신 의상"이라며 "고전적 디자인에 옷이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힌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빈티지와 구제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빈티지는 고전적 스타일이 세부 장식에 녹아져 세월의 흐름이 보이지만 구제는 단지 누군가 입었던 옷이라는 것이다. 이번 컬렉션 컨셉트에 대해 묻자 그는 '어린 소녀가 어른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담았다고 답했다.
예쁜 옷을 다 꺼내 입어 어울리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가 정한 주제에 관계없이 본인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며 "관객들이 저마다 다른 주제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춘희, 파스텔 톤 반짝반짝 원피스
지춘희 디자이너는 2000년 10월 23일 제1회 서울패션위크의 첫 패션쇼 무대를 연 데 이어 올해는 피날레 무대를 담당해 서울패션위크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디자이너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지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는 디자이너들이 1년에 2번씩 한 시즌 앞서 자신의 옷을 발표하고, 패션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장미희, 이영애, 고현정 등 내로라 하는 톱스타들이 즐겨 찾는 지 디자이너가 이번 패션쇼에 선보인 제품의 특징은 '블링블링(반짝반짝)'이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반짝거림을 원피스와 재킷에 응용했다. 베이지와 아이보리, 파랑, 초록, 노랑과 같은 파스텔톤 색상에 들국화 같은 꽃무늬를 더해 여성스러움을 살렸다.
지 디자이너가 이번 가을, 겨울에 추천하는 의상은 스웨터와 긴 치마에 부츠나 운동화를 신는 것이다. 그는 "스웨터에 긴 치마를 입으면 키가 커 보이면서 생활의 여유로운 멋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 디자이너는 브랜드 지춘희의 보급판인 세컨더리 라인을 론칭하는 등 일상복으로서의 시장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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