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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5> 유방과 개고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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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5> 유방과 개고기(上)

입력
2010.10.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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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구육(羊頭狗肉), 토사구팽(兎死狗烹) 같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 개고기를 먹은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개고기를 좋아했던 사람은 한고조 유방(劉邦)이다. 그래서 유방의 고향인 장쑤성(江蘇省) 페이현(沛縣)의 특산물이 바로 개고기다. 특히 이곳은 개고기와 자라를 함께 곤 볘즈거우러우(鼈汁狗肉ㆍ자라탕 개고기)가 유명하다. 지금은 페이현을 찾는 관광객은 반드시 맛보아야 하는 특산음식이 되었다.

페이현의 개고기는 색깔이 좋고 누린내가 없으며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차게 해서 먹는 것이 특징이며, 절대로 칼을 사용하지 않고 고기를 손으로 찢어 요리하는데 이것에 대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진나라 말기 청년 유방은 개고기를 좋아하여 소문난 집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가서 먹곤 하였다. 특히 번쾌(樊噲)네 집의 개고기를 좋아하였다. 유방은 고기를 먹고 돈이 없으면 외상을 하고 번쾌가 외상값을 재촉해도 갚지를 않았다. 번쾌는 이 외상꾼이 얄미워 몰래 쓰수이(泗水)강 건너로 옮겨갔다.

유방은 번쾌네 개고기가 먹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수소문한 끝에 강 저편으로 이사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쓰수이는 강폭이 넓어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는데 유방은 너무 가난하여 뱃삯조차 없었다. 유방은 마침 자라 한 마리가 헤엄쳐 오는 것을 보고는 개고기 먹을 마음에 목숨이 중한 것도 모르고 풍덩 하고 자라 등에 올라타 강을 건넜다.

번쾌는 마침 장에 개고기를 놓고 팔고 있었다. 유방이 번쾌에게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번쾌는 “3일간 장이 제대로 서지를 않아 개고기가 잔뜩 남았다”고 툴툴거렸다. 그런데 유방이 번쾌네서 개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그래서 3일간 팔지 못하였던 개고기가 전부 팔려 나갔다. 이 일이 있은 후 매번 장이 설 때마다 유방은 자라를 타고 강을 건너 번쾌네 가게에 와서 외상으로 먹곤 하였다.

늘 외상만 지는 유방을 피하여 강 너머로 이사왔건만 또 찾아오니 번쾌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이걸 누굴 탓하랴! 저놈의 자라 때문이다 생각하고 유방이 타고 온 자라를 죽여서는 솥에 넣고 개고기와 함께 끓여 내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개고기가 유난히 맛있었다. 나중에야 자라가 없어진 연유를 알게 된 유방은 내심 불쾌하였으나 어찌할 바가 없었다.

sal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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