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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음식 - 종갓집 전통의 깊은 맛 '장인 김치' 대령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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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음식 - 종갓집 전통의 깊은 맛 '장인 김치' 대령이오

입력
2010.10.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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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500년간 전통을 지키며 대대로 이어져 온 종갓집에서는 유구한 가풍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다. 종갓집 며느리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내려 온 조리법이 그것이다. 깊은 장맛을 비롯해 각종 제례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비법처럼 소중히 전수되어 왔다. 그렇다면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는 어떨까. 종가만의 특별한 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한 한국 종가의 김치들이 23~27일 광주 중외공원에서 열린 제17회 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 선보였다.

조기와 생태 넣은 진한 김치

예안 이씨가 마을주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은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마을 곳곳에 기와집과 초가집, 장승, 열녀문, 돌담길 등을 볼 수 있다. 이 마을의 이씨 참판댁은 보통 담백한 맛을 내는 충청도 지역의 김치와는 달리 삭힌 조기와 생태를 넣어 진한 맛을 낸다. 종손 이득선씨는 “원래 우리 집에선 꿩고기를 넣은 꿩김치를 먹었는데 한국전쟁 전 끊겼고, 할아버지 때부터 조기와 생태를 넣은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조부는 고종 때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退湖) 이정렬(李貞烈) 선생으로, 참판댁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연유했다.

소금물에 담갔다 건진 배추의 뿌리 쪽에 소금을 뿌려 다시 차곡차곡 담아 절인다. 무채에 고춧가루 조기젓국 소금 갓 미나리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버무린다. 생새우 생굴은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조기는 살을 발라 저미고, 생태도 얄팍하게 썰어 고춧가루와 소금에 버무린다. 조기와 생태 등을 조금씩 섞어가며 배추에 버무려 둔 양념을 채워 넣고 항아리에 담는다. 3일 후 조기대가리를 끓여 식힌 육수를 붓고 익혀서 먹는다. 이씨가 덧붙이는 비결 하나. “손님이 많아 바쁘면 그냥 생조기를 쓰지만 원래 김장에 넣을 조기는 지난해에 미리 사서 삭혀야 돼. 적당히 익으면 아주 맛있지.”

종가 간장으로 맛을 낸 김치

흔히 ‘종갓집의 비법’으로 통하는 것 중 하나가 장독대에 소중히 보관돼 온 깊은 장맛. 이 종가의 장은 김치맛도 좌우한다.

송시열 문하의 뛰어난 유학자였으나 벼슬을 마다해 숙종대 백의정승으로 칭송 받았던 충남 논산시 명재(明齋) 윤증(尹拯) 선생의 종가는 독째 전해진다고 해서 ‘전독 간장’으로 불리는 간장으로 장김치를 담근다. 장김치는 간장으로 간을 맞춘 물김치로, 궁중에서 먹던 음식 중 하나다. 윤씨 종가의 전독 간장은 짜지 않고 들큼한 맛이 나박 장김치의 제맛을 낸다. 배추의 줄기 부분, 배, 미나리, 파, 밤 등을 적당한 크기로 썰고, 고춧가루 탄 물에 간장으로 간을 한 뒤 체에 걸러서, 썰어둔 재료와 섞으면 된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알맞게 익어 시원한 물김치가 된다.

윤증 종가는 가지소박이도 별미다. 고춧가루와 간장을 섞어 간을 맞춰 부추를 버무린 뒤 약한 소금물에 살짝 데친 가지 속에 넣는다. 2, 3일 동안 익혀 먹으면 된다.

전남 담양군의 장흥 고씨 종가 역시 독특한 간장김치가 별미다. 보통 전라도 지역의 김치엔 젓갈이 많이 들어가지만 고씨 종가의 간장김치는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35호로 지정된 기순도 종부의 중간장(죽염간장)으로 담근다. 배추는 절였다가 씻어 둔다. 김치 속으로 고춧가루를 중간장에 버무리고 파 생강 마늘 청각 갓 미나리 밤 무 찹쌀죽을 섞어 준비한다. 깨를 뿌려가며 배추와 김치속을 버무려 항아리에서 숙성시킨다. 간장김치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고씨 종가는 동래부사를 지내고 임지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 장군의 후손이다.

포식해와 명태깍두기

강원 강릉시에 터를 잡은 창녕 조씨 조철(曺哲) 선생 종가는 제례의식 때 쓰인 포를 이용한 포식해, 김장철 많이 잡히는 명태를 넣은 서거리지가 유명하다. 흔히 강원도에서는 특산물인 생오징어채, 생태살이나 뼈 등을 김치에 넣거나 북어대가리를 깍두기에 넣는데 칼슘이 많아져 영양가 높은 김치가 된다. 강릉문화원의 심오섭 사무국장은 “포식해나 서거리지는 과거 종갓집에서나 담가 먹다가 요즘은 대중적으로 먹는 음식이 됐다”며 “서거리지는 뒷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는 것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포식해는 생선포와 찹쌀밥을 넣어 익힌 부드러운 김치로 집안 어르신의 진짓상에 오르는 김치였다. 포는 대구 명태 오징어 물가자미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무를 나박하게 썰어 1시간 동안 소금에 절였다가 꼭 짜낸 다음 잘게 썰어둔 포, 엿기름, 소금, 마늘, 고춧가루와 함께 소금물에 하룻동안 재워 둔다. 찹쌀밥을 지어 식힌 다음 재워 두었던 재료를 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고 절인 배춧잎으로 눌러 덮는다.

서거리지란 명태아가미를 넣은 깍두기. 꾸덕하게 말린 명태아가미를 잘게 찢어 고춧가루 엿기름 마늘 오징어액젓에 하룻동안 재워 둔다. 무를 깍둑썰기해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전날 재워 둔 명태아가미, 갓, 파, 고춧가루 양념을 더해 버무린다.

세계김치문화축제는 아이폰 전용 김치 레시피 애플리케이션인 김치메이커를 개발했다.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면 배추김치 열무김치 등 5가지 김치에 대해 재료 선택방법부터 담그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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