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연일 가두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대 국정과제인 국민연금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하고 있다. 개혁의 핵심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법정 퇴직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2세로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또한 조기 퇴직연금 수급연령은 62세로, 완전연금은 65세에서 67세로 늦춰진다. 이번 연금개혁 법안은 22일 사회당과 많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가두시위를 통해 계속 반대를 하고 있고, 일부 노동조합은 정유공장의 작업을 막아 유류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프랑스 시위, 남의 일 아니다
이번 연금 개혁으로 인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56%의 프랑스 국민들은 국회를 통과한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연금 개혁에 힘을 합쳐 강경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년층과 정년을 앞둔 장년층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제 각각이다. 청년층은 정년 연장으로 자신들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줄어 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25세 이하 청년층 실업율은 17%에 달하고 있다. 장년층은 연금 수급 전까지 최소 2년 이상 더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든 프랑스에서 60세 이상의 연령층이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연금의 재정건전성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급속한 저출산, 노령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프랑스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개혁을 실시했지만 향후 재정건전성 확보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식인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연금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한국도 프랑스처럼 정년 연장을 생각해야 한다. 더 오래 일하고 연금은 더 늦게 받는 것이 재정 절감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 인구의 감소로 노년층의 경제 활동은 경제의 활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정년을 연장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제도적 개선과 창의적인 정책 수단 없이는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주고, 청년층의 일자리만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에서 실시하는 임금 피크제도 그러한 대안 중의 하나이다. 일정한 연령이 되면 임금이 줄어들도록 보수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만 줄이고 종래의 일과 직위를 그대로 맡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 일과 직위로 재배치되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정한 연령이 넘을 경우 관리자로 일했던 사람도 업무 능력에 따라 재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직급 이동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관리자의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도 일정한 연령이 되면 다시 현업 부서로 돌아와야 한다.
저출산ㆍ 고령화 시대에 불가피
이러한 인사상의 혁신이 가능 하려면 위계적인 조직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 체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인사 제도의 변화 없이 정년 연장만을 추진한다면 연금 재정건전성의 향상도, 경제적 활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위계적인 조직구조나, 일정한 직급에 오르면 현업을 등한시 하는 직장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로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제 첫 직장을 마치고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에서도 활력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과 개인 각자가 준비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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