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서부두에 자리잡은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터미널 내에 있는 두 개의 선석에는 이날 오전 입항한 한중카페리 두 척이 접안해 있었다. 한 척은 평택~산둥성(山東省) 롱청(榮成) 간을 운항하는 대룡페리이고, 다른 한 척은 평택~산둥성 웨이하이(威海)를 오가는 지아오동 펄호. 두 개뿐인 선석이 꽉 찼지만 카페리 또 한 척이 평택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장쑤성(江蘇省) 롄윈강(连云港)까지 운항하는 연운항페리였다. 해상에서 잠시 멈춘 이 배는 지아오동 펄호가 자리를 비켜준 뒤에야 접안할 수 있었다. 지아오동 펄호는 한동안 해상에 떠 있다 대룡페리가 출항한 뒤에 다시 선석으로 들어왔다. 길이 약 150m에 승객 수백명을 태우는 거대한 선박들의 이런 ‘메뚜기 접안’은 이날만이 아니다. 평택항 한중카페리 항로 3개가 겹치는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현상이다. 보따리상인 김모(48)씨는 “입항이 몰리는 목요일에는 터미널도 난장판이 된다”며 “하도 붐벼 버스로 평택 시내까지 나가기가 힘들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제무역항 평택항이 부족한 한중카페리 선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카페리 승객과 물동량 증가에도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까지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28일 경기평택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평택항 카페리들은 승객 30만900명에 컨테이너 물동량 6만9,759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승객 수(29만2,391명)를 넘었고, 컨테이너 물동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나 증가했다.
승객과 물동량 규모가 점차 늘어나자 평택~산둥성 르자오(日照) 간 카페리가 취항을 준비 중이고, 연운항페리는 주 2항차에서 3항차 운항을 검토하고 있다. 산둥성 옌타이(煙臺)에서도 항만국 고위관계자들이 신규 항로 개설 차 이달 26일 평택항을 방문했다.
이들은 “중국과 가깝고 시장성이 좋아 항로개설을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터미널에는 배를 델 곳이 없다. 한중카페리는 한중합자회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것도 항만공사 입장에서는 곤욕이다.
공사 관계자는 “알아서 온다는데 자리가 없는 상황인 만큼 항만에 굴욕적인 일은 없다”며 “정부가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 등에만 집중하고 항만 쪽에는 신경을 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카페리 업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세 척으로 겨우 돌리고 있는데 두 척은커녕 한 척만 더 늘어나도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는 현 터미널에서 600m 정도 떨어진 곳에 선석 4개를 갖춘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2015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몇 년 간은 메뚜기 접안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평택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현 자리는 수역이 좁아 선석 증설이 어렵다”며 “터미널 이전 전까지 임시로 카페리 한 척을 더 접안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김창훈기자 chkim@hk.co.kr
평택=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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