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유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유방암 인식의 달’이다. 미국에서는 유방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만든 분홍 리본과 팔찌, 옷 등으로 거리가 분홍빛 물결을 이룬다.
유방암을 극복한 미국 LA의 캐서린 김(47ㆍ한국명 김지은)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엮은 책 발간에 맞춰 최근 방한했다. 28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그는 “미국은 백악관도 분홍색으로 물드는데 한국 거리에서는 분홍색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더라”며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한인 유방암 환자 모임 ‘샤인(Shine)’ 대표로 이날 서울대병원 유방암환우모임인 ‘비너스회’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1982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UCLA에서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밟던 2003년 7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잦아 매달 유방암 자가 진단을 해왔는데 어느 날 왼쪽 가슴 아래에 조그만 몽우리 두 개가 딱 느껴졌어요. 병원에서 유방암 2기 후반(종양은 2~5㎝이며 다른 신체기관에 전이되지 않은 단계)이라더군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재발해 다시 왼쪽 가슴 전체를 절개하고 복원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현재 재발할 위험은 있지만 5년 이상 생존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단계란다. 그는 LA지역 유대인들의 유방암환자 모임에서 도움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가 만든 단체 ‘샤인’은 환자들에게 빛이 되자는 의미라고 한다.
“한인 사회에 유방암 환자 모임이 없는 거예요. 한인 환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혼자 끙끙대서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얘길 전해 듣고 돕고 싶었어요.”
현재 회원은 90명. 회원들은 미국암협회에서도 자원봉사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많은 유방암 환자들을 만나지만 그는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위로하려고 건넨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이 자칫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말기 암 환자에게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오늘 좋아 보인다’ 이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마세요. 위선적인 말은 환자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그러면 면역력도 약해집니다. 차라리 ‘오늘 너를 위해 뭘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한국에서는 환자의 기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레크레이션을 하는지 궁금하다”며 “자매가 된 한국의 ‘비너스회’와 정보 공유 등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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