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으로 다가가니 그들도 마음을 열더군요.”
24년간 전국 교도소를 다니며 살인, 강도 등 흉악범을 상담하고 그들의 거친 마음을 따뜻하게 변화시켜 온 허부경(59) 광주교도소 교정위원.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교도소에서조차 흉악범으로 내몰려 독방에서 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던 수감자가 마음을 열 때”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달 중 절반을 재소자를 위해 활동하는 허 위원은 어렸을 때부터 수의를 입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이 잦았다. 아버지가 법관이어서 법원 뒤 사택에서 생활하며 수감자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갇혀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로 시작된 그의 호기심은 결국“이들이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없을까”하는 관심으로 발전했고, 마침내 젊은 여성의 몸으로 교정위원이라는 어려운 일을 선택하게 됐다.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한 일이지만 재소자를 처음 만났을 때 한 발짝 다가서기가 힘들었다는 허 위원은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를 알게 되면서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감옥에 있는 이들 역시 재소자라는 꼬리표만 떼면 그냥‘사람’이라는 거였다.
1992년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전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이모씨는 허 위원의 도움으로 교도소 내에서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땄다. 그는 모범수로 지난해 출소해 사회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허 위원은 “처음 이씨는 세상을 등진 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꾸준히 찾아가 기도를 하고 작은 것 하나까지 이해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이씨가 미래를 위한 꿈을 가지게 되더군요”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28일 교정의 날 65주년을 맞아 허 위원에게 국민훈장 동백상을 수여했다. 또 김태훈 대구지방교정청장에게 홍조근정훈장을, 교정참여 인사 13명과 교정공무원 22명에게 훈ㆍ포장과 대통령ㆍ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했다.
법무부는 이날 10년 이상 장기수형자 38명을 포함,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프라임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이주성 전 국세청장 등 모범수형자 593명을 가석방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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