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장지아강 스테인리스 공장 가보니…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상하이(上海)는 또 달라져 있었다. 도심지는 물론, 외곽 순환도로 주변'노백성'(老百姓ㆍ일반 중국 국민을 일컫는 말)의 주거지들도 몰라 보게 깔끔해졌다. 고속도로에는 대국(大國)의 번영을 과시라도 하듯 고급 승용차들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끊임없이 내달렸다. 아스팔트가 갓 깔려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듯한 새'주작대로'(朱雀大路)를 2시간 동안 달려 장수(江蘇)성 장지아강(張家港)에 도착했다.
중국의 젖줄 장강(長江)변의 한 소도시인 이 곳에 장지아강포항불수강(不銹鋼)유한공사 공장이 있었다. 불수강은 녹슬지 않는 철강, 다시 말해 스테인리스를 의미한다.
1997년 45만평의 거대한 부지에 완공된 이 공장은 회사명 그대로 세계 굴지의 스테인리스 생산공장이다. 포스코와 중국 철강기업인 샤강(沙鋼)집단의 합작으로 건설돼 현재 연간 60만톤의 냉연 제품과 20만톤의 열연제품을 만들어 중국 각지에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연산 200만톤의 스테인리스 제품과 더할 경우 아세리녹스(340만톤), 타이위안(太原)강철(300만톤)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그 한 켠에 새로운 거대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길이가 900㎙에 달하는 냉연 공장이다. 투자액만 3억 달러에 달한다. 이 공장이 건립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중국 내 수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다. "중국 철강 시장이 공급과잉이라는 말이 많지만 우리는 경쟁력을 갖고 있어 새 공장에 거액을 투자해도 괜찮습니다." 이 공장 성낙현 부사장의 말이다. 그가 밝힌 이 공장의 경쟁력은 역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포스코라는 모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최대의 스테인리스 제품 시장이 있는 장수성 우시(無錫)와 차로 한 시간 거리이며 중국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상하이 지역을 배후로 두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탓도 있다. 3,4년 전만 해도 톤당 4,000달러에 달했던 냉연제품 가격이 이제는 3,0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업체들 간 생존 경쟁은 각박하다. 고객들은 갈수록 다양한 제품을 원한다. 새 공장이 완성되면 연산 23만톤의 냉연제품이 더 생산될 뿐 아니라 생산제품의 종류도 훨씬 다양해진다. 이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중국 내 외국기업의 처지와 활로를 동시에 대변해 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공장의 김병민 사장은"초기 진출 때만 해도 기술력 유치와 세수 증대를 위해 중국 지방정부가 각종 혜택을 줬지만 이제는 중국 기업과 비교해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이제 외국 기업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공장은 경쟁 심화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한 때 큰 폭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장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보였다. 올 들어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9월까지 매출은 15억(약 1조6,500억원) 달러, 영업이익 3,340만 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이 되기 전에 세계 1위의 스테인리스 공장이 될 수도 있다"며 "중국의 심장부에서 산업의 쌀인 철강을 한국인이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지아강=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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