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부자감세 철회 방안을 놓고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에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부자감세 철회 검토'방침을 발표했으나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오후에 "전제 없이 철회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라며 톤을 낮췄다.
부자감세 철회 논란은 이날 오전 10시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가 끝난 뒤 '정두언 최고위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고소득층 감세 철회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는 배은희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곧바로 지도부 내부에서 반론이 쏟아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한다고 우리도 검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세법은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경제통으로 당 비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도 "화가 난다"며 "감세를 철회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자감세 논란은 전날 안상수 대표가 국회 연설을 통해 선언한 '개혁적 중도보수 노선'논쟁으로 번졌다. 보수 성향의 한 의원은 "당이 표를 의식해 우왕좌왕하면 산토끼(중도층)는커녕 집토끼(보수 지지층)도 놓칠 수 있다"며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고 어떻게 당 대표 마음대로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발이 거세지자 원희목 대표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 기자들과 만나 해명했다. 원 실장은 "연석회의 종료 후 안상수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 이종구 정책위부의장이 대화하던 도중 정 최고위원이 재차 요구하자 안 대표가 이 부위원장에게 통상적 차원에서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도 오후 3시40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부자감세를 철회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무성 원내대표는 부자감세 철회 검토에 대해 "해프닝"이라면서 "최고위원 한 사람이 그런 의견 갖고 있다고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한번 논의해보자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등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감세 철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당에 전하면서 부자감세 철회론에 급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는 부자감세 철회를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비록 재계 등의 반발이 있겠지만 공정사회를 실현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고소득층 감세 철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논란이 있겠지만 결국 2012년부터 적용되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현기환 의원도 "부자감세는 그동안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됐지만 감세 정책을 유지하려면 무리가 따른다"며 "이제는 중소상인과 서민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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