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최유라(43)씨가 29일 라디오 경력 20년 이상의 진행자에게 수여하는‘MBC 라디오 골든 마우스 상’을 수상한다. 그가 라디오 진행자로 나선 것은 1989년 ‘정재환, 최유라의 깊은 밤 짧은 얘기’를 통해서. 그러니까, 올해로 21년 째다. 수상 하루 전날인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진짜 오래했네요. ‘지금부터 20년 일한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면 아마 한 달도 못했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수상소감을 묻자 “애쓰면서 했는데 뿌듯하다”며 “결과를 생각하고 일한 건 아니지만 결과 때문에 힘을 받아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우스개로 “그거 말고 뭘로 위로 받고 살겠냐”고 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라디오 안 하고는 못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래 그의 꿈은 기자였다.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지망했다가 실패하고,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3학년 때 교수 추천으로 영화 ‘수탉’에 출연했다가 덜컥 대종상 신인상을 받고는 당시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초대손님으로 나갔는데, 그 길로 라디오와 인연을 맺게 됐다. “별밤 PD가 ‘너 말 잘하네. DJ 한 번 해볼래?’라고 해서 엉겁결에 ‘아, 네’하고 대답했는데, 다음날 프로그램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대학 3학년 때, 그렇게 DJ를 시작했어요.” 그는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재미있는 곳에 들어와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재환을 시작으로 강남길, 서세원, 황인용, 이종환, 전유성, 이재용, 현재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함께 진행 중인 조영남까지 “말 잘한다는 남자들이랑은 다 같이 해봤다”고 했다. 그는 그 중 최고로 이종환을 꼽았다. 그에게서 라디오 방송의 기본을 배웠다. 바로 “말 욕심 안 부리는 것”. 그는 “말 욕심 많은 남자 DJ들이 많은데, 그들은 고수가 아니다”며 “제가 많은 남자 진행자들과 함께 하면서도 마찰이 없었던 것은 상대방을 빛나게 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간혹 말 뺏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 진행자들이 혼자 울기도 하는데, 파트너끼리 은근하게 연애하듯이 서로 아껴줘야 훌륭한 방송이 나온다”고도 했다.
그는 “애청자들이 라디오가 주는 재미를 위로 삼아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까. “남들이 말한 목표점에는 도달한 것 같다”는 그는 일단 30년까지 해보고 뒷일은 그 때 가서 살필 요량이다. “숨도 안 쉬고 달음박질 쳐서 정상으로 왔는데, 이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려갈 때는 사람들에게 뭘 하나라도 줄까 고민하면서 내려가야죠.”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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