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비켜설 선로도 없고 양쪽 다 브레이크를 걸 생각이 없다. 이대로라면 대규모 충돌을 피할 길 없다.
4대강 사업을 떠맡을 수 없다는 경상남도와 사업권을 도로 회수해서라도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중앙정부의 대립이 일촉즉발 양상이다. 벌써 여론 및 정치권의 공방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내년 초 본류 정비 완료를 목표로 속도가 붙고 있는 4대강 사업은 낙동강 사업 강행 문제를 둘러싸고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양측 다 철회 가능성 낮아
국토해양부는 경남도 대행 사업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주께 사업권 회수 입장을 밝힐 예정. 이 조사는 경남도가 사업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점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재 경남도 구간의 공정률이 15%(4대강 전체 31.4%) 대에 머물러 있고, 특히 47공구는 공사 발주조차 안 돼, 국토부의 결론은 자명해 보인다.
국토부는 27일 “사업권 회수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해명을 냈지만, 내부 분위기는 완강하다. 한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다 경남도 의견을 수렴해서 한 사업인데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이렇게 원점에서 하자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냐”며 “국가에서 믿고 맡긴 사업인데 제대로 안 하는 것은 문제”라며 사업권 회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책사업이기에, 직접 맡아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사업을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경남도가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낮다. 김두관 지사가 ‘4대강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을뿐 아니라, 사업 반대 입장 역시 8월 이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까지 조직해 장고 끝에 얻어 낸 결론이기에 번복이 쉽지 않다.
서로 발목잡을 카드 많아
국토부는 사업권을 회수하면 사업의 발주청과 계약당사자를 부산국토관리청(국토부 산하)으로 변경할 예정. 다만 경남도가 체결한 시공사와의 기존 계약은 유효하다고 간주, 이들 업체에 계속 공사를 맡길 계획이다.
그러나 경남도가 사업권을 반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업권 회수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초유의 맞소송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경남도는 “사업권 반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토부가 사업권을 강제 회수하면 법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예산을 다 대는 사업이기에 사업권을 가져오는데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경남도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된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역공을 취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갈등 지속된다면
양측이 기존 입장을 강행한다면 각자 상당한 내상을 각오해야 한다. 정부도 경남도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로선 이번 갈등을 계기로 야권이나 종교계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선이 정부-경남도를 넘어 전면적인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남도가 준설토 적치나 농경지 리모델링 허가권을 활용해 사업에 제동을 걸 개연성도 충분하다. 경남도가 사업장에서 발견된 폐기물 등 공사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고발 또는 공사중지 소송을 할 수도 있다.
경남도 역시 쉬운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소속 기초지자체의 상당수(김해 양산 진주 밀양 함안 창녕 합천 함양 등 8개)가 4대강 사업에 찬성하고 있어, 안팎으로 이중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박완수 경남 시장ㆍ군수협의회장(창원시장)과 엄용수 밀양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도는 4대강 반대결정을 재고하라”며 압박했다. 또 중앙정부와 대립을 계속할 경우 예산 지원 등에서 무형의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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