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과 26일 양일 간 인도네시아에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화산 폭발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희생자가 크게 늘고 있다. 현지 당국은 27일 이번 쌍둥이 재난으로 최소 302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집계했다. 실종자가 많은데다 악천후와 열악한 접근성으로 구조가 늦어지면서 추가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일대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하고 있어 앞으로도 '인도네시아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누적된 지층 압력...잦은 지진과 화산폭발의 원인
미국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CSM)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지진과 화산폭발이 잦은 것은 이 지역이 200년 넘게 쌓여온 지층 압력이 활성화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열도 지층은 호주ㆍ인도판(板)과 버마ㆍ순다판의 경계인 '순다 해구'를 따라 늘어서 있다. 200여년 동안 밀도가 높은 호주ㆍ인도판이 비교적 가벼운 버마ㆍ순다판과 부딪치면서 지진이 발생하고, 동시에 활동성이 강해진 용암은 화산 폭발을 유발해왔다. 25일 먼따와이 군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물론, 2004년 12월 주변 10여개국 23만명(인도네시아에서만 16만8,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부 수마트라 강진, 지난해 9월 수마트라 서부 파당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그 대표적인 예다. 화산은 400여년 간 휴화산으로 있던 북 수마트라 시나붕 화산이 지난 8월 29일 활성화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문제는 높아지고 있는 지층압력이 강진과 여진 등을 거쳐 감소되고 지각이 균형을 찾아 안정돼야 하는데, 최근 발생하는 지진들이 지각안정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쳤다는데 있다. 한 지진 전문가는 CSM에 "이번 지진은 파당 인근 해역에 200년 넘게 쌓인 압력을 해소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해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학자들은 규모 8.5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이 지층 압력을 상당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자신문 자카르타글로브는 지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 국내에 있는 화산 21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속수무책 대응…피할 수 없는 희생
과거부터 지진과 화산폭발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이런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응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먼따와이 군도에서 25일 발생한 지진이 발생시킨 3m 높이의 쓰나미에 해안 마을은 80% 가까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나무 등 해일에 취약한 구조물이 원인이었으나, 현지 기상지질청이 쓰나미 경보 1시간 만에 해제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경보 해제 이후 쓰나미는 해안 마을을 덮친 것은 물론 12시간 뒤에는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의 파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강진이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전 대비나 재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이번 지진으로 272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실종됐으며, 1만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부 자바주 머라삐 화산 폭발로도 주민 30명이 화상 등으로 숨졌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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