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석(49) C&그룹 회장이 2000년대 중반 그룹의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차입매수(LBO) 방식을 수 차례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처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BO를 통한 인수ㆍ합병(M&A)은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 등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현재 별도 법률이 없어 배임죄 성립 여부는 개별적인 행위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일단, LBO방식 자체는 '불법'이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인수되는 회사가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을 잃게 될 위험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판례상, 인수자가 인수되는 회사가 가지는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합법의 범위 안에 들 수 있다.
배임죄가 인정된 대표적 사례는 2001년 도급순위 51위 건설사인 ㈜신한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인수자금을 조달한 김춘환 대표에 대해 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것. 당시 법원은 "자신의 자본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서류상의 회사를 내세워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신한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에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그밖에 법원은 한신코퍼레이션, 사이어스, 전은리스 등의 LBO에서 나타난 자산담보 제공도 전부 배임죄를 인정했다.
반면 무죄가 난 경우도 있다. 한일합섬을 인수할 당시 LBO방식을 동원한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61) 동양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현 회장은 2007년 한일합섬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합병을 성사시킨 다음 한일합섬의 자산으로 이를 되갚아 한일합섬 주주에게 약 1,8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동양그룹이 한일합섬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조달 받은 것이 아니라 동양메이저와 합병한 뒤에 합병법인의 현금성 자산으로 대출금을 갚았고 피인수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법원은 지난 8월 부산지역 소주업체 대선주조를 사고 파는 과정이 문제가 된 ㈜푸르밀 신준호(69) 회장에게도 "사전에 변제계획을 마련해 이행했고, 회계장부 역시 기준을 준수해 처리한 점 등을 볼 때 배임의 핵심 구성요건인 고의성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종합해볼 때 C&그룹의 LBO식 M&A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은 C&그룹이 피인수 기업에 담보자산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했는지 여부, 또 이사회 결의와 회사 정관 등 절차적 하자가 없었고 고의성이 없는 경영상 판단이었는지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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