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구주택 총조사로 통칭되는 센서스는 '과세한다'라는 뜻의 라틴어 센서스(census)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온 말이다. 로마시대에 과세와 징병을 목적으로 5년마다 실시한 인구조사를 지칭하던 것이 주택 가구형태 등 다양한 인구지표의 총조사 또는 전수조사로 개념이 확대됐다. 기록상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센서스는 일제가 식민지배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1925년부터 5년마다 실시한 국세조사로 출발했다.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한 기본통계라지만 어원은 물론 역사적 경험으로도 센서스가 국민들에게 편하게 와닿지 않는 이유다.
■ 2010 센서스는 내달 1일부터 조사원의 가구 방문 및 면접조사로 진행되지만 이미 22일 인터넷 조사가 시작돼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낮에 집을 비우는 맞벌이부부 또는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가구를 위한 배려라지만, 온라인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역시 심각해 정부가 의도하는 인터넷 조사율 목표치(전체의 30%인 560만 가구) 달성 여부와 정확성 확보는 미지수다. 통계청으로서는 정보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최고기록을 세우고 140억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를 자랑하고 싶겠으나 '자녀 사회봉사 2시간'인센티브로는 국민들을 PC 앞으로 이끌기 쉽지 않다.
■ 이번 센서스의 의미가 각별한 것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이뤄지는 '인구센서스 2010라운드'의 한가운데 있는 해여서다. 전 세계 233개 국가 및 지역의 96%인 224개국에서 올해 센서스가 실시된다. 이를 위해 유엔통계처는 2008년'인구주택 총조사 원칙 및 권고안'2009년' 센서스 지원을 위한 공간정보체계에 관한 핸드북'을 발간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이번 우리나라 센서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설문조사표를 9개 언어(미국은 59개 언어)로 만든 것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에 달하고 다문화 가정도 15만 가구를 넘은 까닭이다.
■ 10만여 명의 조사원이 동원되고 예산도 1,800억 원에 달하지만 핵심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성실한 응답이다. 워낙 험한 세상인 데다 조사자료가 악용될지 모른다는 의구심. 또 10분이나 걸리는 번거로움을 다스릴 수단이 마땅치 않다. 통계청은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등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는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했으나 반응은 글쎄다. 그래서 정책의 본령은 인센티브의 설계라는 스티븐 레빗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우리 수준은 도서상품권 경품 정도의 발상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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