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표준어의 폭력에 휘둘려 방언을 잊고 산다. 악기도, 인성도 표준이라는 폭력 앞에 무력하다. ‘방언’을 찾아가는 무대들이 이어진다.
국악 작곡가 김명옥씨는 발표회 ‘토리의 진화’에서 악기와 인성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토리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적 방언이다.
가야금 2중주인 신작 ‘놀이’는 내쉬고 들이쉬는 호흡을 구음으로 표현, 밀고 당기는 선율의 긴장으로 연결짓는다.
출산의 진통을 국악적 선율에 얹은 ‘궁의 전율’은 국악기와 인성의 긴밀한 관계를 입증할 곡이다. 기괴하고도 음산한 분위기에서 희열로 넘어가는 선율이 듣는 이들의 의식을 잡죈다. 수시로 등장하는 엇박자와 복합 장단은 국악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
‘해금과 거문고를 위한 메나리’, ‘굴곡’, ‘서도소리 _ 허튼가락’등 지난해의 무대 ‘토리의 기원’등에서 발표한 뒤 다듬은 곡들도 선보인다. 대금, 피리, 해금, 거문고, 아쟁, 장구 등 여러 악기가 협연하는 시나위 형식을 통해 즉흥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27일 오후 7시 30분 모차르트홀. 1544-1555
목소리의 가능성은 서양 음악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한국아카펠라연합회가 주최하는 ‘2010 서울국제아카펠라 페스티벌’은 서구 클래식을 중심으로 인성의 가능성이 어떻게 탐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에서 전위까지 아우르는 목소리의 협연이다.
전위적 화성과 리듬을 무기로 하는 독일팀 Niniwe는 낯익은 클래식이 어디까지 변형될 수 있나를 보여준다. 동유럽 최고의 아카펠라 그룹으로 평가받는 헝가리 출신의 남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Fill Moon은 헝가리 민속음악과 유행 음악을 중심으로 무대를 펼친다. 클래식, 팝, R&B 등 다양한 음악 어법을 통해 아카펠라의 힘을 보여줄 미국 디즈니랜드의 전속 그룹 Metro, 가스펠 등 종교적 색채를 강조하는 호주팀 Idea Of North의 무대도 색다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일본 아카펠라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앙상블 플라네타는 바흐, 헨델, 슈베르트를 차용한 무대를 펼친다.
한편 국내에서는 기프트, 디아, 더 솔리스츠, 뜨거운 공룡들, 메이 트리, 소다, 어울림, 위드, 원더풀, 젠틀 브리즈, 지카 등 신예 그룹이 한국산 아카펠라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 등 전문 배우의 마임에 버금가는 합창단의 연기는 덤이다. 30일~11월 8일 예술의전당, 구로아트밸리, 광진문화예술회관 등에서 펼쳐진다. (02)766-7085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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