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기업 비리 수사가 정치권 사정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가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태광, 한화, C&그룹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튈 경우 국회의 당면 현안인 내년도 예산안 및 민생법안 처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데 정치권 사정이니 이런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연차 사건 때 저도 한 일간지 1면에 연루된 것처럼 보도됐는데 (검찰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며 “이런 풍토가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검찰과 변호인의 피의사실 공표, 정치권의 면책특권을 이용한 특정 정치인 거명 등의 자제도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22일 국회 문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태광 로비의 몸통”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가 아는 한 한화, 태광은 내부 고발에 의한 수사이고 C&그룹은 권력을 등에 업고 금융권에 피해를 줬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는 없으며 잘못된 경제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수사라고 확신한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파생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인 비리를 그대로 두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엄정 수사를 강조한 바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둘 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다만 야권 정치인들이 주로 거명되는 만큼 김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에 앞서 협상 파트너인 야당을 배려해 완곡하게 발언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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