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는 22일 허각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청자 문자투표 배점이 높은 탓에 말쑥한 외모로 여성팬을 몰고 다녔던 재미교포 출신 존 박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988점대 596점. 허각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대중이 환풍기 수리공 출신의 허각을 선택한 것은 재미교포 출신 훈남보다 더 극적인 우승자가 탄생하길 원한 욕망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주의 2배 가까운 130만 건이 쇄도한 결승 문자투표 참여 열기의 원천이 비단 감동적인 드라마에 대한 욕구만은 아니었을 터. 대중의 선택은 가창력보다 외모가 중시되는 지금의 가요계를 향한 일갈은 아닐까.
‘슈퍼스타K 2’의 결승전 시청률은 18.113%(AGB닐슨). 매주 케이블 시청률 기록을 갱신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TV를 따돌린 것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리얼리티를 접목해 그저 노래 대결만이 아니라, 출연자 개개인의 삶을 응축한 무대를 연출하면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을 자아낸 것이 이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과거를 캐고 대리 투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그만큼 뜨거운 관심의 반증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청자들은 그들의 노래가 아니라, 제작진이 음악 오디션이라는 소재로 잘 버무려 낸 한 편의 리얼 드라마에 열광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톱11을 가리는 ‘슈퍼위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진영이 “유일하게 소름이 끼쳤다”고 평가한 노래를 부른 허각이 결국 우승을 거머쥐고, 장안의 화제가 됐던 장재인ㆍ김지수의 ‘신데렐라’가 전파를 탄 지난달 3일 방송이 케이블TV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10.213%)을 기록한 사실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슈퍼스타K’는 방송이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적 접근법과 음악의 기본인 가창력이 잘 결합돼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주류 음악 시장에서 외모에 비해 홀대 받았던 가창력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는 것.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목소리 하나에 기대 꿈을 잃지 않았던 출연자들이 시청자에게 희망을 줬듯이, ‘슈퍼스타K 2’가 배출한 스타들 스스로가 지금의 왜곡된 음악시장의 희망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난해 시즌1 출신들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승자 서인국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정통 발라드 스타일인 그가 댄스풍의 노래를 들고 나오는 등 자기만의 색깔을 살리며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준우승자 조문근은 ‘슈퍼스타K 2’ 결승전에서 젬베를 연주를 곁들인 그만의 색깔로 데뷔 무대를 치렀지만 대중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호응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시즌1에서 주목을 받았던 길학미와 정슬기도 데뷔 후 조용히 활동했을 뿐이다.
올해 톱11에 오른 이들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활발하다. 우승을 다퉜던 허각과 존박은 여러 지상파TV 예능 프로그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김지수 강승윤 장재인도 라디오 등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한다. 존 박은 데뷔도 하기 전에 광고 모델로 나선다. 톱4는 Mnet 주최로 해마다 열리는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2010 공연 특별 무대에 오르며, 우승자인 허각은 11월 마카오에서 열리는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무대에 선다.
하지만 ‘슈퍼스타K’ 돌풍이 장기적으로 가요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는 그리 밝지 않다. 그들의 활동이 토크 중심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Mnet 행사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슈퍼스타K 2’가 배출한 이들도 후광효과가 사라지면 지난 시즌처럼 뻔한 시장과 제한된 작곡가 풀에 들어가 평범한 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음악 대신 예능을 요구하는 방송이 중심이 된 현 음악 시장에서 진짜 스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난날 대학가요제처럼 콘텐츠만으로도 주목 받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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