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강원 태백 레이싱파크. 렉서스 브랜드의 고급 스포츠 세단 시승행사가 열렸다. 레이싱 서킷에는 최근 국내 출시된 ‘IS F’와 ‘LS460 스포트’가 올라 있었다. 그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IS F’였다. 이 모델은 렉서스가 2002년 소형 세단인 IS시리즈를 바탕으로 고급 스포츠카 개발을 통해 탄생시킨 모델로, 배기량 5,000㏄ V8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423마력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IS F의 첫 인상은 날씬하게 잘 빠진 고급 세단이었다. 전체적으로 유선형 디자인이 살아있다는 느낌이었지만, 기존 렉서스 세단 모델에 비해 큰 차이는 없었다. 뒷모습은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일단 시동을 걸자 이미지가 달라졌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함과는 다른 거친 엔진음이 뿜어져 나오자 숨겨진 야성이 느껴졌다.
서킷을 달려봤다. 전체 길이 2.5㎞의 서킷은 지그재그 장애물 코스(슬라럼), 유턴에 가까운 급회전 코스(헤어핀), 직선 고속주행 코스를 두루 시험해볼 수 있게 구성됐다. 우선 슬라럼 구간은 서스펜션과 차체제어성능을 시험해 보기에 좋았다. 시속 80~100㎞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장애물을 피해 달렸지만 미끄러지거나 쏠리는 느낌이 적었다. 렉서스 관계자는 차체제어 통합 안전시스템(VDIM) 장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헤어핀에서도 달리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도로에 더 안정적으로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직선코스에서는 최고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회전구간에서 줄었던 속도는 불과 몇 초 만에 시속 100㎞를 훌쩍 뛰어 넘었고 속도계는 어느새 시속 200㎞에 육박했다. 렉서스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시속 270㎞에 속도제한이 걸려있다고 설명했지만 코스 구간이 짧아 최고속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가 넘는 속도는 말 그대로 짜릿했다. 빠른 속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역시 전문회사 브렘보(Brembo)와 공동으로 개발한 고성능 브레이크가 장착됐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IS F는 특히 귀를 즐겁게 했다. 정숙성을 대표로 하는 일본차와는 다르게 배기음, 흡기음, 엔진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리 역시 다양한 내부 설계 실험을 통해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 결과라고 했다.
IS F의 가격은 8,800만원(부가세 포함). BMW M3나 아우디 RS5에 비해 합리적이다. 다만 마음껏 달릴 수 없는 한국 도로 사정 때문에 고급 스포츠 세단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태백=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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