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시절 칼잡이'닌자'를 고용, 오사마 빈라덴을 암살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딘 애치슨 전 국무장관은 냉전시절 서베를린에 기갑부대를, 그것도 아우토반(고속도로)을 통해 파견하자고 제의했다. 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을 발사하기 전 평양을 폭격하자는 제안으로 한반도 불안을 가중시켰다. 미국외교협회(CFR)의 군사전문가 미카 젠코가 이처럼 조금은 황당하고 매우 위험한 미공개 군사작전 10개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 소개했다. 지난 수십 년간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 제안한 이 비현실적인 군사작전은 다행히 구상단계에서 '진압'됐다. 그러나 민간인에는 대통령처럼 군에 대한 문민통제 권한을 지닌 인물들이 포함돼 있어 '안락의자 용사들'의 위험한 전쟁놀이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당 군사작전 10개 중 2개는 빈 라덴이 타깃이다. 클린턴은 빈 라덴 제거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크호스트 등을 크루즈미사일 80여기로 타격한 98년 작전이 실패하자, 검은 닌자들로 은거지를 급습하면 그가 겁을 먹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시간을 건너 뛰어 이번 달에 중앙정보국(CIA) 베테랑 잭 디바인은 미군이 아프간 동부를 가로질러 진군하면 대접에 빈 라덴의 목을 담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시절인 85년,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를 이집트와의 합동군사 작전으로 축출한다는 계획을 세워 국방부에 내려 보냈다. 그러나 6개 사단 병력 9만명이 필요하다는 세부계획이 나오자 작전은 취소됐다. 이보다 앞서 61년 소련이 베를린 장벽을 세우자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애치슨에게 대응전략을 물었다. 그는 아우토반을 통해 서베를린에 무장한 기갑부대를 보내 군 대응태세를 높이라고 주문했으나, 케네디는 소련을 자극하지 않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는 클린턴 정부 때 국방장관과 국방차관보를 지낸 윌리엄 페리와 애슈턴 카터가 북폭을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 준비가 덜 됐을 때 폭격하자는 이 같은 주장은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장관 정책자문관을 맡은 필립 젤리코에 의해 2009년에 반복됐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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