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의 C&그룹 비리 의혹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C&그룹이 쇠락기에 접어든 2000년대 후반 계열사 자금을 이용한 '돌려막기'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사기대출 의혹 등을 파헤치는 게 1차적인 수사 목표다.
그런 다음 2000년대 초ㆍ중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C&그룹이 몸집을 불려나가는 과정에서 정ㆍ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다시 말해, 우선 C&그룹의 쇠락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뒤 급성장기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게 검찰의 수사 방향이다.
C&그룹이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7~2008년 무렵. 임병석 C&그룹 회장은 2008년 핵심 계열사인 C&우방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500억원대의 손실을 감추고 재무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속여 대구은행 등에서 1,000억원을 대출받았다.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 대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같은 해 10월 말, C&그룹에 대한 금융권 전체 대출액수는 1조3,052억원에 달했다.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2,274억원을 지원했고, 농협(1,586억원)과 외환은행(441억원), 신한은행(439억원) 등도 자금을 댔지만, 절반 이상이 회수불능의 부실채권이어서 결국 은행의 손실로 남았다.
계열사 별로는 C&중공업의 여신 규모가 4,521억원, C&우방이 4,558억원 등이었다. C&그룹이 2007년 당시 박해춘 우리은행 행장의 동생 박택춘씨를 C&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한 것도 이런 자금난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현 단계에서 수사의 초점은 임 회장이 상장 계열사들을 동원해 대출을 받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돌려막기'를 했음에도, 그룹 운영이 여의치 않자 결국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다. 임 회장은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거의 끊어지자 결국 C&우방과 C&상선, C&중공업 등 3개 계열사를 고의로 상장 폐지하는 수법으로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해외 등에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또 다른 칼은 2002~2007년 C&그룹의 문어발식 M&A가 가능했었던 배경을 겨누고 있다. 2002년 세양선박을 시작으로 임 회장은 2004년 진도와 우방, 그 이후에도 아남건설 등을 잇따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 C&그룹을 만든 뒤에도 효성금속 인수, C&중공업 설립 등 외형적 성장은 계속됐다. 검찰이나 재계에서 임 회장을 둘러싸고 금융권 로비, 특혜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온 이유다.
실제 임 회장은 2004년 우방 인수와 관련해 우리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서 42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불법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2006년 김재록 사건 당시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당시엔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 안팎에선 임 회장의 당시 로비 대상 명단도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의 대출사기 및 금융권 로비 혐의 규명에 집중하고 있는 검찰이 기업 확장과정으로 수사 방향을 트는 순간 지난 정권 실세 정치인들에게 칼날이 겨눠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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