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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라면값, 배추값,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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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라면값, 배추값, 집값

입력
2010.10.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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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갑자기 배추값이 폭등해 김치가 금(金)치로 불릴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다급하게 중국산 배추까지 수입하였는데 최근에는 배추값이 다시 폭락하였다. 이 같은 물가의 급격한 변동은 국민 생활에 많은 불편을 가져오므로 정책 당국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상품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데 이들의 가격이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라면과 배추, 그리고 집이라는 세 가지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해 보자.

상품 특성 따라 가격 변화 달라

먼저, 라면은 공산품으로 생산자가 쉽게 공급량을 바꿀 수 있다.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생산을 늘려 많이 팔려 하기 때문에 라면값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라면 같은 공산품은 정책 당국이 적극적으로 가격 통제를 하지 않아도 가격 변화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정할 경우 수요 변화에 대응하여 공급이 변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농산품인 배추는 일시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경우 가격이 많이 오를 수 있다. 배추 공급을 늘리려면 파종에서 수확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산품의 공급은 공산품처럼 탄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제거하기가 공산품보다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인위적으로 결정한 가격은 사재기 등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배추값을 낮게 유지하면, 배추를 가진 사람들은 정상적인 시장에서 거래를 하기보다는 뒷거래로 추가 이윤을 올리려 한다. 이러한 추가 이윤의 가능성은 투기적 수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가격을 통제하기 보다는 건전한 유통 질서의 확보에 힘쓰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후생을 위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집은 공급을 늘리기가 매우 힘든 상품이다. 우선 집을 짓는데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그보다 집과 토지는 장기적으로도 공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직 빈 집터가 시골에 있으니 집의 공급을 늘릴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사람들이 사고 싶어하는 집은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진 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은 서울에서도 학군이 좋은 지역이라든지 직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을 수요하고 아무 곳에나 있는 집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집값이 크게 오르고, 그에 따라 공급을 늘리기는 어렵다.

이것이 그 동안 집값 급등에 대응한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이 잘 작동하지 않은 이유이다. 그렇다면 집의 공급이 경직적이니 언제든 집을 사두면 가격이 오르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집의 공급이 비탄력적인 특성은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칠 때는 오히려 반대 효과를 지닌다. 공산품은 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가 공급을 쉽게 줄여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있지만, 집은 그처럼 쉽게 공급을 줄일 방법이 없어 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의 대응법도 달라야

이러한 여러 상품의 서로 다른 특성은 정책 당국이 저마다 다른 접근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산품의 경우에는 가격 통제는 불필요하다. 건전한 시장경제는 수요가 늘어난 상품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오르도록 하여 공급의 증가를 유도하고 이 과정이 시장의 신진대사를 돕는다. 농산품의 경우에도 가격 통제는 사재기 등 유통 질서의 훼손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건전한 유통 질서 확보에 애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의 경우 정책 당국은 우리 경제의 연령 구조와 가족 패턴 등 수요에 영향을 주는 요소의 변화에 맞춰 중장기에 걸쳐 공급을 조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토지의 총공급이나 좋은 입지를 가진 주택의 양은 비탄력적이지만 새 주택의 건축과 노후주택의 대체를 통해 어느 정도 수급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 요컨대, 물가 관리는 상품의 특성에 따라 달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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