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의 동력을 살려내는 11개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마무리됐다. 각국을 대표한 실무 워킹그룹이 환율 문제와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 의제 전반에 걸쳐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서울 G20 정상회의의 전망이 크게 밝아졌으며, 세계 경제의 프리미어 포럼(최상위 협의체)으로서 G20의 위상과 유효성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특히 우리 정부가 막전막후 조정과 중재 등 의장국의 리더십을 발휘해'주먹다짐'예상을 깨고 합의점을 찾아낸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공동선언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위안화 환율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를 거부해온 중국의 입장을 동시에 배려한 문구다. 하지만 '시장결정적 환율'은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양보가 더 돋보인다. 또 미국은 "과도한 대외 불균형을 줄이고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수단을 추구한다" 는 합의로 경상수지를 GDP의 일정 범위로 제한하려던 뜻을 절반 이상 관철시켰다.
중국이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에서 탄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국제사회의 압력과 설득보다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자산시장 거품과 인플레를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2012년 연차 총회까지 IMF의 지배구조를 개혁, 중국 등 신흥개도국에 유럽 등 선진국의 IMF 쿼터 6%포인트 이상을 이전키로 한 합의도 중국을 달래는데 유효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비관론이 우세하던 환율과 IMF 쿼터 조정에서 진전된 성과를 냄으로써 바젤위원회가 마련한 금융규제 개혁체계, 그리고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와 관련된 쟁점들이 쉽게 처리돼 서울 G20 정상회의는 짐을 거의 모두 덜었다. 이번 공동선언문의 합의를 추인하고 실천을 담보하는 정상들의 지지선언만 남은 셈이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이번 합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검증ㆍ 평가하는 체계를 더욱 치밀하게 설계하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모호한 문구는 다듬어야 한다. 또 G7이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첫 회의인 만큼 G20에 끼지 못한 지구촌 170여 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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