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김(65ㆍ한국명 김유근) 박사가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시에서 운영하는 병원 앞에는 매일 긴 줄이 이어진다.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무료로 X-ray 검사, 혈액검사 등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
당뇨 고혈압 암 등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대부분으로 하루 평균 30~40명이 그에게 진료를 받고, 멀리 멤피스나 켄터키주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있다.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미국에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5,000만명이예요.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무료 진료를 시작했어요.”
평남 중화의 기독교 집안 출신인 김 박사는 1961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 81년 개인병원을 차렸다. 93년부터 일과 후 매일 3~4시간씩 무료 진료를 해오던 그는 2005년부터는 아예 개인병원 진료를 접고 무료진료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자 주정부의 재정지원, 지역 교회와 주민의 기부금이 줄을 이었고, 의사 20여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해 일손을 덜었다. 휴진일에는 폐광촌을 방문해 봉사하는 등 그간 그의 손길을 거쳐간 환자만 무려 7만여명, 그래서 김 박사는 지역 주민에게 ‘테네시의 슈바이처’로 통한다.
한국에서 의료선교를 하기 위해 연세대 의대로 역유학을 했으나 미국 오하이오대와 테네시대에서 레지던트, 전문의 과정을 마쳐 미국에 정착한 그는 “원래 한국 무의촌에 가서 의료 선교를 하고 싶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미국에 정착하게 됐다”며 “무보험자가 많은 현실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녹스빌 지역에 무료 진료소 3곳을 운영하는 그는 연말까지 흑인 밀집지역인 매그놀리아에도 진료소를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헌신적인 봉사로 24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통해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김 박사는 “의료 선교사가 돼 한국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거나 말기 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를 설치해 진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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