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K5를 월드카로 키우기 위해 파상 공세에 나선다. 성패는 내년 유럽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전략 차종으로 개발된 중형 K5가 성공을 거둘 경우, 브랜드 가치 상승이 타 지역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K5를 올 연말 미국 시장을 필두로 내년 초 유럽 시장, 중국 시장(현지형 모델로 현지 생산) 등에 내놓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공략에 나선다. 당초 계획보다 3~6개월 가량 늦어진 것으로, 이는 형님 격인 쏘나타 출시와 시차를 둬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현대ㆍ기아차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열쇠는 유럽 시장이 쥐고 있다. K5가 애초부터 유럽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전략형 차종이기 때문이다.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부사장은 K5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유럽인의 구미에 맞추어 실내ㆍ외 외양을 총 지휘했다. 기아차는 또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춰 왜건형 K5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독일 딜러 110여명까지 서울로 초청했다. K5의 생산 시설과 현대ㆍ기아차의 연구소를 견학시켜 판매 자신감을 북돋자는 취지다.
하지만 성공 여부를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소형차 시장 위주인 유럽에서 2,000㏄ 이상의 차는 크고 비싼 차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이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자사의 대표 중형차인 캠리를 아예 유럽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혼다가 어코드로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이나 연간 판매대수가 1,000대에 미만이다. 두 차종은 미국 시장에서는 30만대 이상 팔리는 차종이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명함조차 내놓지 못하거나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 K5의 유럽 시장 도전이 성공을 거둘 경우,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한 차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K5가 판매 호조를 보일 경우, 기아차 브랜드 가치가 세계적으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현대ㆍ기아차가의 글로벌 중형차 전략도 지금까지 쏘나타 단일 차종 위주에서 쏘나타와 K5 쌍두마차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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