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예정보다 빨리 칼을 빼든 것일까. 그 정반대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상당한 범죄정보를 축적한 중수부는 일찍 기지개를 펴려고 했지만 외부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기하다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22일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올 초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업체 비리 첩보를 수집해왔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예비군' 체제로 전환한 채 개점휴업 상태였던 중수부는 전면에 나서기 어려워 일선 지검에 관련 지침을 하달했고, 지난 6월 상장폐지 기업을 일제히 압수수색할 당시 사건을 지휘하고 조율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범죄정보를 가다듬고 재가동 시점을 저울질하던 중수부는 그 중 일부를 일선 지검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다만, C&그룹에 대한 정보는 규모와 성격, 특히 정관계 로비 의혹에 따른 파급력를 감안해 중수부가 직접 손을 대기로 애초부터 방침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중수부는 당초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지난 7, 8월을 수사시점으로 잡았는데 6월 말'스폰서 검사' 특별검사 법안 통과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 시점에 중수부가 가동됐다면 분명 정치권에선 스폰서 검사 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라는 공세를 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수부는 특검 수사결과 발표 이후(9월 말)로 수사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국회 국정감사 전 수사에 착수할 경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결국 대검 국감 직후인 21일 C&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북부지검에서 진행 중인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이 중수부가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즉, 호남에 기반을 둔 C&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C&그룹의 지역기반 때문에 수사 초입부터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었다"며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논란을 빚으면 수사가 힘들어 질 수밖에 없어 적절한 수사시점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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