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환율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비록 선진국과 신흥국이 두 패로 나뉘어 벌이는'환율전쟁'에 빛이 가렸지만, 세계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다른 여러 문제들도 이번 경주 회의 의제로 올라 있다.
참석자들은 23일 진행되는 3개 세션에서 ▦국제금융기구 개혁 및 글로벌 금융안전망 ▦금융규제 개혁 ▦금융소외계층 포용 및 에너지 문제를 차례로 논의한다.
환율 대타협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경주에서 거둘 수 있는 가장 가시적 성과는 금융규제 개혁 문제다. 19, 20일 서울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및 금융안정위원회(FSB) 회의에서 합의된 '바젤Ⅲ'가 추인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의 지나친 위험추구를 막고, 위기에 대비해 자본의 양ㆍ질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는 G20의 동의로 바젤Ⅲ는 그만큼 정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금융기관, 즉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를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방침 역시 재확인될 예정이다.
한국이 제안한 의제들도 속도가 붙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개발 이슈는 서울 회의에서 실천 계획 발표를 목표로 최종 조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기 국가에 유동성 지원을 강화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제도 개혁이 이미 마무리됐고, 위기 징후가 있는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유동성을 제공하는 글로벌안정메커니즘(GSM)이 논의된다. 지역 안전망과 IMF의 지원을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가장 예민한 이슈는 역시 IMF 개혁. IMF 쿼터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환율만큼이나 어려운 쟁점으로 다음달 서울 회의에서나 결실을 거둘 전망이다. 선진국이 쿼터를 대폭 포기하는 대신 환율에서 양보를 얻는 '빅딜'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신흥국이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높이자고 환율을 포기할 리 없다는 분석도 만만찮아 귀추가 주목된다.
경주=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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