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산 지음
양철북 발행ㆍ228쪽ㆍ1만2,000원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의상, 공업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이라는 국어사전의 정의는 철이 지난 지 오래다. 공공디자인, 도시디자인을 비롯해 디자인과 경제학을 합친 ‘디자이노믹스’, 민주주의와 결합시킨 ‘디자이노크라시’ 등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용어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말끝마다 디자인을 내세우는 기업이나 정치인들은 마치 디자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기대감마저 부풀린다.
이미지 비평과 문화연구를 전공한 대안학교 교사 출신의 저자 김은산씨는 에서 “우리 주변에는 ‘생각하지 않은 디자인’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더 멋진 것만을 생각할 뿐 쓸모나 사용자,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는 외면한 디자인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청소년과 사회초년생들이 디자인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썼다는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디자인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디자인의 역사,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 디자인의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를 담았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의 컨베이어 벨트, 혁신적 디자인의 대명사가 된 스티브 잡스와 애플, 성냥갑식 아파트 문화, 현대미술 작가 톰 삭스가 만든 ‘프라다 변기’ 등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사례와 문화현상을 제시하며 쉽게, 그러나 진지하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2006년 오스트리아 빈과 서울에서 각각 벌어졌던 공공디자인 관련 논란이 차례로 등장한다. 빈 시는 공공 표지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성애 단체와 동물보호 단체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 반면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해 35억원짜리 조형물 ‘스프링’을 설치할 때 시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스프링’은 시민들을 구경꾼으로 전락시킨 채 어떤 맥락도 없는 디자인으로 남고 말았다.
저자는 “디자인이란 자기 삶과 환경을 결정할 자유이며,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는 일”이라고 정의내린다. 그리고 “시장과 자본에 갇혀있는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디자인에 스스로 더 많이 개입해야 한다”며 디자인의 ‘소비자’가 아닌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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