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세상을 떠난 소설가 겸 번역가 이윤기의 유작 2권이 출간됐다. 딸 다희씨가 번역하고 그가 감수한 (Human & Books 발행)과, 한국에 그리스 로마 신화 열풍을 일으킨 시리즈의 마지막 제 5권(웅진지식하우스 발행)이다.
는 이로써 10년 만에 완간됐다. 그는 은 총 9권으로 기획했으나, 2권 감수에 들어가려다 타계해 나머지 8권은 온전히 딸 다희씨의 책임이 됐다.
이 두 권의 책을 보며, 번역의 가치를 새삼 생각한다. 뛰어난 번역자는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은 오랜 훈련과 풍부한 지적 소양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일본의 예를 든다. 일본의 근대화에는 번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메이지 유신 시대 정부 안에 번역국을 두고 서양 고전들을 엄청나게 번역했다.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때 일본이 번역한 책 중 아직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게 수두룩하다. 이 격차를 어찌할 것인가.
최근 나온 한길사 무크지 에서 역사학자 박상익(우석대 교수)은 이런 사실을 지적하면서, '동서양고전번역원'설립을 제안했다. 정부의 번역 지원금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도 주장했다.
국내에서 번역은 홀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번역을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윤기처럼 뛰어난 번역자는 이런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를 설득할 귀중한 존재다. 그의 빈 자리가 커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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