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각본의 결과일까, 아니면 우연하게도 시점이 겹친 것일까. 재경 지검을 중심으로 굵직한 대형 수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검 중수부가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자 동시다발적인 검찰 수사의 배경과 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의 최대 이슈는 단연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이었다. 지난달 16일 한화그룹 수사에 본격 착수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한화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지난 13일 태광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재계 14위(한화)와 40위(태광) 재벌그룹 2곳을 한 수사팀이 동시에 수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한화 수사는 다소 소강국면이지만 여전히 진행형이고, 태광그룹 사건은 비자금은 물론 편법증여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확대되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가 21일 C&그룹 수사에 나서자 검찰 주변에선 "대기업 수사 시나리오가 사전에 마련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가 예고편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가 사정 수사의 '본편'일 것이라는 의미다. 그 동안 대검 중수부가 내사한 대기업이 3,4개에 이른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서부지검의 수사 2건은 순전히 제보에 의해 시작된 반면, C&그룹 수사는 중수부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기획수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사의 관전 포인트도 다르다. 한화ㆍ태광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는 '공정사회' 국정 기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C&그룹 사건은 그보다는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사실상 몰락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DJ정부와 참여정부 기간 동안 C&그룹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의 최근 '릴레이 수사'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단, 공교롭게 시점이 맞물린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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