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10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 동안의 청년실업 대책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참신한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 행정 정책 위주의 대책에서 프로그램 중심의 대책으로 전환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 양성, 청년 취업아카데미 개설 등 매우 신선한 아이디어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년실업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더욱 임팩트(impact)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부문부터 의무고용 추진을
결론부터 말하면, 한시적으로라도 한국형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은 기업들에 일정비율의 청년 채용을 의무화한 것이었다. 벨기에처럼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을 도입하지는 않더라도, 공공부문과 민간대기업에 일정 부분 청년고용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10년 뒤쯤에는 청년실업이 더 이상 심각한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사이 출산율이 계속 떨어져 청년 노동력 자체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청년실업은 1990년대 학번과 2000년대 학번 세대에만 고통을 주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비록 나중에 상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이들 세대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 졸업 뒤에 바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배운 지식이 사장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취직하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고 또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시적으로라도 특별 대책을 통해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국형 로제타 플랜은 첫째, 공공부문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공부문에서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자는 것은 아니다. 복지 안전 보건 등의 사회서비스 부문은 어차피 앞으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가간 과학기술 경쟁을 위해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인재를 확보하고, 에너지 분야 등 앞으로 업무 확대가 확실시 되는 공기업에서 신규 채용을 공격적으로 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에도 이러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보다 더 큰 폭으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민간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야 한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사회 봉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한 사회적 기여는 한 명이라도 더 청년을 채용해 주는 것일 수 있다. 단순히 실업자를 구제해서 돈을 벌게 해주기 때문이 아니다. 청년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청년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엄청난 기여가 될 것이다.
대기업 자발적 참여 이끌어야
신규채용 여력이 있는 100대 대기업이 모여 '청년고용 확대를 통한 사회적 기여 선언'을 하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들은 돈 버는 것에 비해 청년 고용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대기업 노동조합도 참여하면 더욱 좋겠다. 후배 노동자를 위해 선배 노동자들이 임금 양보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보면 노동조합 식구가 늘어나는 것이니까 노동조합을 위해서도 이득이다. 노사정위원회가 해야 할 큰 일이 생긴 것이다.
지금의 청년실업은 청년 자신들의 탓이 아니다. 그리고 선배나 후배 모두 경험하지 않는 것을 유독 이들만 고통스럽게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원리 운운하기에 앞서, 다소 힘겹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들을 떠안고 가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모든 주체들의 참여와 고통 분담을 이끌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정치 리더십이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