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회의라는 결전을 앞두고, 강ㆍ온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유화 모드가 조성되고 있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 공세 고삐를 늦추지 못하면서도 파국으로 가서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맞물린 결과.
21일 경주 재무차관ㆍ중앙은행부총재 회의를 시작으로 사실상 개막된 이번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결론에 대한 전망도 더욱 혼미해졌다.
미ㆍ중 화해 제스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발언은 확실히 기존과는 다르다. 여전히 “중국의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는 했지만, “중국이 지난 9월 이후의 속도로 절상을 지속하면 저평가 상태가 바로 잡힐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지금 위안화 환율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현재 중국 당국의 환율정책과 위안화 절상 노력은 인정한다는 뉘앙스다.
미국이 하반기 환율정책 보고서 발표를 무기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섣불리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가는 파국을 막을 수 없고, 그렇다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전히 접을 수도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 19일 중국의 기습 금리 인상도 미국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위안화 절상에 나서면서 미국에 나름 성의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심지어 두 나라 간에 모종의 물밑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온다.
예측하기 힘든 결론
그렇다고 결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대립 분위기가 팽배하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유럽연합(EU)의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준비 문건을 보면, 유럽 진영은 이번 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무역ㆍ저축 불균형과 보호무역 문제를 주 안건으로 다룰 것을 공식화하고 있다. 특히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한 중국을 전 세계적인 무역 불균형을 이끈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과 달리 재무부 내에서 여전히 강경 발언도 흘러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전화 컨퍼런스에서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이 시장의 힘에 저항하며 자국 통화를 시장가치보다 낮게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측이 이번 G20 회의에서 경상수지에 대해 (일정 수준으로 억누르는)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경상수지흑자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지 않도록 한다’식으로 정하자는 것인데, 경상수지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힘들거니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리더십 통할까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경주회동에서 미국, 중국 등과의 양자면담을 통해 환율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막판 절충을 시도한다. 22일 오전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을 잇따라 만나고, 오후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등을 만나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 및 환율 문제에 대한 협조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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