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도입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사실관계의 오류나 부정확한 서술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는 이전까지의 ‘국사’ 과목이 이름이 바뀐 것으로 교과서도 새로 집필됐다.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10개 역사 관련 학회는 21일 서울 흥사단에서‘역사교육의 위기와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6종의 검정 교과서에서 모두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의 오류, 그림과 도표의 자의적 사용 등 문제점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사 부분을 분석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사실에 어긋나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제헌헌법의 경우 한 교과서는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역사적 법통을 계승’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헌헌법 전문에는 임시정부 관련 내용이 없다는 것. 작전지휘권의 경우 “전쟁 중에 유엔군 사령관에 넘어간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은 휴전 후에도 그대로 유엔군 사령관에게 남아있었다”고 기술돼 있지만, 작전지휘권은 1954년 10월 한미 합의를 통해 미국에 이관됐다.
일제강점기 서술 내용을 검토한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시각물의 잘못된 사용을 지적했다. 2개 출판사는 1920년 일본군이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참변 당시의 한인 피해 사진이라며, 1938년 일본군과 소련군의 국경분쟁(장고봉사건) 당시 피해를 입은 한인 농가와 부녀자들을 찍은 사진을 잘못 사용했다.
양정현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과서의 검정 과정을 분석, 진보적 관점에서 역사 서술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세력에 대해 당초 ‘사회주의를 신사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다양한 단체를 만들어’라고 서술했으나 검정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했다는 표현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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