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가르고 있는 분리장벽, 브라질 판자촌, 아프리카의 부서져가는 다리…. 이런 황량한 풍경을 사진 그래피티로 꾸민 익명의 거리의 예술가가 ‘세상을 바꾸는 포럼’ TED의 2011년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술(Technology), 예술(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글자를 조합해 만든 TED는 1984년부터 각 분야의 지성들이 모여 세상에 퍼뜨릴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국제 컨퍼런스다. TED 수상자는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고 부상으로 매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세상을 바꾸는 ‘소원’을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그 자리에서 소원을 이룰 도움을 제안하고, TED 토크를 접한 세계인들 또한 그의 소원 실현을 위한 행동에 동참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에티오피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팝스타 보노, 르완다 보건위생에 도움을 호소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뽑혀 어린이들에게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알리자고 주장했다.
TED는 19일 익살스러운 표정, 부릅뜬 눈 클로즈업 등 인물사진으로 거리에 활력을 입힌 사진 그래피티 아티스트에게 이 영광을 선사했는데, 수상자는 프랑스 출신으로 27세라는 것 외에는 신상이 공개된 게 없다. JR로 불리는 이 수상자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 상하이(上海)에 머물고 있다. TED 측은 JR을 예술을 접할 기회가 드문 곳에 예술을 심은 ‘진정한 박애주의자’라며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일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JR은 “수상소식은 뜻밖이었다”며 “아직 소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슬럼가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게릴라 아트의 일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R은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팔아 활동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과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TED 컨퍼런스 토크는 웹사이트(www.ted.com)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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