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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눈물겨운 모자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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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눈물겨운 모자 상봉

입력
2010.10.2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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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인천공항. 정모(34)씨는 어머니를 애타게 불렀다. 입국장의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 문모(57)씨가 뛰어나와 아들을 안았다. 27년 만의 해후였다.

정씨는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일곱 살이던 1984년 집을 잃고 서울 마포에서 경찰에 발견됐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름만 알 뿐, 주소나 아버지의 연락처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인근 응암동의 서울 소년의 집(현 서울 꿈나무 마을)에 맡겨졌다.

어머니 문씨도 아들을 애타게 찾았다. 이혼한 뒤 몇 달에 한 번씩 아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옛 시댁에서 문씨의 연락을 피했다. 그러다 92년에야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문씨는 아이 사진을 들고 남대문시장 일대를 수년간 찾아 헤맸다. 90년대 중반 재혼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지만 문씨는 아들을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다.

문씨는 최근 친척을 통해 서울 꿈나무 마을에 머물렀던 실종아동 명단에 아들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현주소는 확인할 수 없었다. 18년 전 시설을 떠나 연락처도 남아있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경찰청 182 실종아동찾기센터는 경찰에 입건 기록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 이름과 대략의 나이로 자료를 뒤졌다. 다행히 몇 년 전 송파경찰서에 폭행 사건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와 연락이 닿은 경찰은 정씨와 문씨의 유전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모자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날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문씨는 “미국에서 12시간을 날아오는 동안 한숨도 못 잤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내비쳤다. 정씨는 “어머니의 품이 이렇게 따뜻했다는 게 이제서야 기억난다”면서 “혼자 올라있는 호적에 어머니 이름을 꼭 넣고 싶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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