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서 STX건설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20일 "STX건설의 매출과 이익이 계열사 거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TX건설의 5년간 전체 매출 대비 계열사 매출 비중은 평균 89%나 된다. STX건설은 2005년 2월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2005년 STX엔파코가 보유하고 있던 STX건설 지분 100%를 강덕수 STX 회장이 86.75%의 지분을 갖고 있던 포스아이(옛 포스인터내셔널)에 24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STX건설은 2005년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서 강 회장이 지분 50%를 확보한 데 이어 추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포스아이 등이 실권을 해, 현재 강 회장과 두 딸이 각 25%씩 모두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본보 19일자 2면 참조). 특히 STX는 순이익이 2005년 48억원에서 2009년 541억으로, 주당 순이익은 2005년 3,004원에서 2009년 1만6,935원으로 늘어났다.
경제개혁연대는 "STX건설이 설립 이후 그룹 내 물량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STX 각 계열사가 STX건설에 건설 용역을 몰아줌으로써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특히 STX건설은 설립 직후부터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계열사의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2005년 STX건설 지분 100%를 포스아이에 매각한 STX엔파코의 경우 당시 매출액이 4,053억원, 순이익은 42억원을 기록했다"며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STX건설의 지분 100%를 24억원에 그룹 총수가 지배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 매각할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TX엔파코가 자금 사정이 어렵지도 않은 상황에서 알짜 사업부를 헐값에 넘겼다는 얘기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포스아이가 지속적으로 매출액과 이익의 신장을 기록하던 STX건설의 유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그 지분을 모두 지배주주 일가에게 넘겨준 것도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실권된 주식이 강 회장의 두 딸에게 배정됨으로써 강 회장의 자녀들은 하루 아침에 STX건설의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정황은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가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기획의 결과일 수 있다는 의심을 낳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STX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 실태 및 STX건설 부당지원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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