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水石)을 많이 모아놓은 분이 있다고 해서 구경하려고 '아버님' 댁에 갔죠. 몹시 추운 날이었어요. 꽁꽁 언 제 손을 잡아주시며 몸 좀 녹이라고 커피를 끓여주시는데 15년 전 돌아가신 친아버지 같았어요."
군위경찰서 교통관리계에서 근무하는 박용복(48) 경사는, 그가 양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왕년의 복서 김달원(78)씨와 만나게 된 2005년 겨울 어느 날의 이야기를 그렇게 들려줬다.
김씨는 권투가 큰 인기를 누리던 1960년대 꽤 날리던 선수였다. 한국챔피언에 도전했다가 패했지만 지도자로서 김한식(미들급), 이춘산(슈퍼라이트급) 등 70년대를 풍미한 한국챔피언들을 길렀다. 그는 현재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 "처음 뵀을 때도 손을 떠셨어요. 무하마드 알리가 앓던 파킨슨 병이죠. 현역시절 머리를 많이 맞아서 그러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몇 년 전부터 김씨의 건강은 더 악화하고 있다. 손 떨림이 심해지고 걷기조차 불편해 수석 수집하러 함께 전국을 누비던 것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 외출이라고는 한 달에 두 번 보건소에 치료받으러 가는 게 전부. 김씨는 고물상을 하다 망하면서 신용불량자 신세가 돼 큰 병원에 다닐 수도 없다.
박 경사는 3년 전부터 일주일에 닷새를 김씨 집에서 보내고 이틀은 아내와 대학생 아들이 있는 대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 김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가족이 그의 '두 집 살림'을 허락했단다. 박 경사는 "보건소 가실 때마다 제 차로 모시고, 오는 길에 좋아하시는 도토리묵 한 접시 같이 먹는 게 큰 즐거움"이라며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경사의 이 같은 애틋한 사연을 알게 된 군위경찰서는 지난 주 박 경사에게 서장 명의의 '장려장'을 수여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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