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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국에서 배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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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미국에서 배울 것

입력
2010.10.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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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칭찬을 자주하는 모양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과 부모들의 교육열, 유례 없는 고속 성장을 이뤄낸 한국 산업의 경쟁력 등을 놀라워하면서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교육계의 복잡한 속사정과 산업화 과정의 문제점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물론 칭찬을 굳이 만류할 생각도 없다. 단지 우리가 미국서 배워야 할 것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올해 안식년으로 미국 중부에 와 있고, 아이가 동네 초등학교에 다닌다. 오기 전에 알파벳을 몇 번 써 본 게 고작인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지 은근히 걱정했다. 하루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ESL 교사를 만나 아이의 학교 생활을 물었다. 영어 때문에 친구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지만 잘 지낸다는 답이었다.

내친 김에 우리 아이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이 몇 명인지 물었다. 선생님은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온 서너 명이 전부라고 했다. 결국 외국에서 온 학생 몇 명 때문에 정부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얼까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중요한 답을 해주었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며 더욱이 자신이 선택한 결과도 아니라는 거였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므로 영어를 못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로 미국에서의 삶이 불리해지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개인이 선택하지 않은 피부색이나 언어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불평등한 상황에 처한다면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 사회 속에는 다양한 계층과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살게 마련이다. 또한 살아가기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며 사회에 적응하고 성공하기 위해 갖추고 있는 각자의 조건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것이 '타고난 것'일 때, 즉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경우이다. 좋은 조건을 타고 난다면 개인이 충분이 누릴 수 있겠지만, 반대로 불리한 조건을 타고난 개인의 사회 적응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그 조건을 교정할 임무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색인이거나 외국에서 태어난 것 때문에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출발부터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소수 인종의 대학 진학을 돕는다. 이를 역차별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는 이민자의 영어 수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중시하는 개인의 권리이자 건전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 원리이다.

부모가 백인이거나 고위 관료이거나 부유하다는 점이 그 자식들의 사회적 성공에 언제나 유리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유리한 조건이 삶의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는 것 때문에 이를 모두 부정하고 동일한 출발선에 서자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가 이러한 차이를 간단히 인정해버리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이 선택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출발점이 아주 달라지는 문제점은 해결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중요한 임무로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아직 많다. 그 가운데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건전한 사회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철학과 실천이다.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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