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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시진핑과 김정은의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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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시진핑과 김정은의 다른 길

입력
2010.10.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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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폐막한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예상대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출됐다. 중국에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제 그가 2012년 당 총서기, 2013년 국가주석으로 선출돼 중국의 5세대 지도부를 이끌게 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쩌민-후진타오 권력 승계에 이어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의 순조로운 권력 승계는 중국에서 국가지도자 교체의 제도화가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이러한 권력 승계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지방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뒤 중앙당 간부로 발탁된 50대들이 행정과 경제 등의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다 자연스럽게 최고지도자 후보군으로 부상한다. 당내 논의를 거쳐 이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승진시키고 일정 기간 통치수업을 하게 한 뒤 당권과 군권을 차례로 넘겨줘 권력 승계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경쟁ㆍ검증 통한 중국 권력승계

이 과정에서 기존 최고지도부 가운데 일정한 나이 이상의 고령자는 현역에서 물러난다. 새 지도부에 길을 열어주고 젊고 활기찬 국가리더십을 형성하기 위한 장치다. 이 같은 중국의 국가 리더십 교체는 국민들이 투표로 국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서구식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경쟁과 엄격한 검증을 거쳐 국가의 새 지도부를 뽑아 정치안정을 유지하는 시스템은 인상적이다. 서구식 선거 민주주의의 비용과 비효율성과 비교할 때 중국의 국가 지도부 구성방식은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나올 만하다.

급속한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정치개혁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중국에서 그러한 국가 최고지도자 선출방식이 언제까지나 유효하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시진핑이 이끄는 5세대 지도부도 중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가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당-국가체제가 유지되는 한 안정된 제도화 단계에 이른 권력승계 시스템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1인 절대권력을 배제한 집단지도체제와 질서정연하게 이뤄지는 권력 승계에 의한 정치안정은 중국이 개혁개방 30년 만에 미국에 이어 세계 주요 2개 국가(G2) 반열에 오르게 한 토대이기도 했다.

중국과 유사한 집단지도체제와 권력승계 시스템을 채택한 베트남이 개혁개방 노선 하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시스템의 유효성을 뒷받침한다. 공산당에 의한 1당 독재체제지만 지도부 내에 제한적이나마 노선 경쟁이 가능한 다원주의가 허용되는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두 사회주의 국가가 개혁개방 노선을 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정치적 여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권위주의적 발전 모델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도 바로 지도체제 내의 다원주의다.

이쯤에서 최근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한 북한체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절대적 권위를 가진 수령 유일지배체제 아래에서는 노선과 정책 경쟁이 가능한 다원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김일성-김정일 가계의 우상화가 전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처음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말고 권력승계 경쟁자가 나올 수 없었다. 세 아들 중 장남과 차남은 이런저런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3남 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은 이미 정해진 답이었다.

노선변화 기대 어려운 북의 세습

문제는 경쟁과 검증이 없는 가족 권력 승계는 이를 계기로 한 노선과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일성-김정일 권력승계 과정은 김일성 노선의 변화가 아니라 심화의 과정이었다. 오늘 북한이 처하고 있는 어려움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 후계체제도 그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내부에서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노력은 외부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그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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