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후 한국 증시의 명암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까지 1,900선을 돌파하며 치솟던 코스피지수가 맥을 추지 못하는 반면 500선을 밑돌던 코스닥지수는 20일 52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의 이날 시가총액도 연중 최고인 95조3,340억원을 기록했다.
'싸고 좋은' 코스닥 종목의 재발견
형님(코스피)에 밀려 홀대 받던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코스닥 시장 종목이 코스피에 비해 실적 전망이 밝으면서도 주가는 낮기 때문이다. 요컨대 싸면서도 품질이 좋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75개 코스닥 기업의 1, 2분기 실적 합계는 각각 4,276억원과 5,563억원이었으나, 3분기와 4분기에는 6,725억원과 7,331억원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정보통신(IT) 분야의 분업구조에서 부품 쪽을 맡고 있는 중소업체 대부분이 코스닥에 속해 있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후방업체인 대덕전자(20일 1.59% 상승)와 인탑스(2.74%) 등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종목도 정부의 육성방침에 따라 미래가치가 높아진 상태다.
올들어 9월까지 대형주의 상승률이 높았던 것도 결과적으로 10월 이후 코스닥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다. 대우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미래성장 잠재력이 주가에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는 만큼 코스닥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ㆍ10배 내외)은 거래소 대형주보다 10~20% 이상 높은 게 정상인데, 최근에는 격차가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박승진 연구원도 "이미 많이 오른 코스피는 부담스럽게 여기는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투자 대안으로 코스닥 종목을 사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관투자자의 경우 20일기준으로 6거래일 연속 코스닥에서 2,1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10월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도 900억원을 넘고 있다.
코스닥 강세 당분간 이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현재의 주도주인 중소형 IT부품주와 신재생에너지가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 연구원은 "모처럼 찾아온 실적 기대감이 지루했던 박스권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국면이 적어도 4분기까지는 이어져 연말에는 550선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낙관적 전망과 함께 한솔LCD, 네패스, 이수페타시스, 인터플렉스, 삼화콘덴서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는데, 우리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지금까지는 저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나 홀로' 상승할 수 있었지만 코스피와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나면 코스피와 다른 궤적을 그리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증권 양창호 연구원도 "횡령, 배임 등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투자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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